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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에도 여자의 인생은 짧다
김혜영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들어 괜스레 우울한 날들이 많아졌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고 걷는 게 걷는 게 아닌 나날들. 이러고 있다간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자그마한 배낭에 짐을 꾸리고 부산으로 가는 티켓을 한 장 사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들을 보며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배낭을 뒤져 책을 한 권 꺼내들었다. 그 책이 바로 [행복하기에도 여자의 인생을 짧다]라는 이 책이었다. 엉덩이 아래로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떨림과 함께 한 장씩 책장을 넘겨보았다. 방송인 김혜영씨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독서는 같은 인간이자 여자인 그녀의 행복한 삶을 부러워하며 점점 깊어갔다.
김혜영씨의 이야기를 하려면 "싱글벙글 쇼"와 골든 마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수 있었던 20년이라는 세월동안 그녀는 오직 한 자리에서 우리와 함께해주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김혜영씨를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를 생각하면 항상 웃고 있는 얼굴이 떠오른다. 그녀가 개그맨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천성적으로 타고났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만담실력 때문일까? 아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은 그녀의 진정한 행복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그렇기에 가식적이지 않은 참된 웃음을 여전히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리라. 그녀의 삶에서 엿본 여러 행복들은 결코 어려운 것들은 아니었다. 화가 날 때는 일단 한 번 참고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려 노력하는 등의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이러한 소소한 행동들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니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고 시간이 흐르자 그동안 스스로 놓쳤던 나의 행복들에 대한 생각에 안타까웠다.
책의 정확히 반을 내려가는 길에 읽고 그 나머지 반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읽었다.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하고자 떠난 나의 자그마한 일탈을 김혜영씨의 행복 바이러스에 중독되어 조용히 막을 내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고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내가 언제나 누워 잠을 자는 침대도 내 책상도 그리고 너무나 아끼는 책들도 모두 다 왜 이제야 돌아왔느냐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 행복은 멀리 있는데 아니다. 지금 내 손 안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해준 그녀의 책이 너무도 고마워 잠시 동안 품에 꼬옥 안아주었다. 지금 이 순간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꽉 찬 가슴으로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내가 나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