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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서 젖소를 떨어뜨린 이유
알지라 카스틸유 엮음, 임소라 옮김 / 좋은생각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너무나 무심한 표정으로 젖소들을 밀어버리고 있다. 그 손에 떠밀려 절벽 아래로 끝없이 떨어지고 있는 젖소들의 표정을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하기도 하고 독기가 서려 매섭기도 하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소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살림의 밑천이라 배워왔기에 왜 이 젊은이가 젖소를 없앴는지에 대해서 상상하기 힘들다.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필연 그에겐 사연이 있을 터이니 이제 그의 사연에 그 귀기울여보자. 젖소의 죽음은 시작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서 모인 너무도 많은 다른 이야기들이 앞 다투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절벽에서 젖소를 떨어뜨린 이유]라는 이 책은 유명한 우화들의 모음집이다. 작가는 전 세계의 교훈이 될 만한 우화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으고자 했고 그녀의 책은 긴 여정을 통해 한국에까지 도착했다. 어릴 적 읽었던 이솝우화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짧은 이야기 하나하나에 각각의 중요한 교훈과 의미를 담고 있어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던 이야기들. 이 책을 통해 나는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훌륭한 스승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이솝우화만큼이나 재미있었다.
가장 좋은 이야기로 꼽혔기에 책의 제목까지 차지 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조금 살펴보자면 사내가 젖소를 밀어버린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스승이 그리하라 시켰기 때문에. 그럼 그의 스승은 왜 젖소를 없애고자 했을까. 그것은 젖소에만 의지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오랜 시간을 가난하게만 살아 온 한 농가를 돕기 위함이었다. 자신의 유일한 생명줄이라 믿었던 젖소가 사라지자 농부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여러 가지 일들을 시작했고 그 결과 남부럽지 않을 만큼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결국 젖소는 우리의 밝은 미래를 가리고 있던 일종의 안일함과 두려움 등의 걱정거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자신이 가진 작은 것 하나에 만족하여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았던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티켓을 빼앗음으로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준 것이다. 짧지만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많은 이야기들이 특이한 그림들과 함께 쭉 나열되어 있다.
길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은 상상이상으로 깊었다. 이야기 끝에 적혀 있는 몇 줄 안 되는 작가의 글들은 우리가 다시금 우화 속의 교훈을 복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 아래 새겨져 있는 유명한 명언들은 우리의 머릿속에 확실히 그 의미를 주입시킬 수 있도록 다져준다. 거부감 없이 여러 사람들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그 교훈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배우는 것이라면 훨씬 수월하고 여느 배타적인 마음 없이 순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우화가 오랜 시간동안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쉽고 재미난 이야기들로 돌아 본 나의 삶은 반성할 일들뿐이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교훈들을 되새기며 하나씩 고쳐가다 보면 언젠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