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쾌만만 엽기 그리스 로마 신화 1 - 올림포스의 탄생 편
이채윤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웬만한 어린이 도서들이 모두 다 2500원에서 3000원이었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 엄마 아빠는 내 시험 성적이 좋을 때마다 책을 사주시곤 하셨다. 상으로 주시는 그 책들이 너무나 좋고 욕심나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받은 책들이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얼마 전 먼지가 소복이 쌓인 책장에서 "별자리 이야기"란 세 권의 책을 발견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그리스로마신화를 만났었다. 하늘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그에 얽힌 사연들과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 책을 귀퉁이가 닳도록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련한 추억에 미소 지으며 오랜만에 그리스로마신화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너무나 많이 출간 된 책들이라 한 권을 고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엽기라는 단어가 쏙 들어오는 [엽기 그리스로마신화1]이라는 이 책에 마음을 빼앗겼다. 자~ 얼마나 엽기적인지 한 번 보자라는 생각으로 책에 올라 타 시동을 걸고 안전띠를 맸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모든 책들의 시작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제우스가 어떠한 방식으로 올림포스를 장악하고 세상을 다스리게 되었는지부터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끝없는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차임벨로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인 듯하다. 하지만 분명 다른 책들과 차이가 있었다. 이거 슬슬 입질이 오는 데라는 생각과 함께 이 책이 말한 엽기가 무엇인지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기자회견장에 거만하게 앉아 쿠데타의 성공을 알리는 제우스의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렇다 이 책은 엽기적으로 재미있고 흥미롭다. 마치 우리나라 사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당파싸움을 보듯 때로는 금요일 밤마다 나를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들이는 "사랑과 전쟁"을 보듯 시원시원하고 재미있는 문체로 그리스로마신화를 재탄생시켰다. 신들에 대한 존경과 근엄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단지 우리 인간들의 모든 행동들이 그들에게서 배운 것이라는 약간은 거만한 태도로 신들의 행동을 너무도 인간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의 신들이 이 이야기를 읽는다면 아마도 노아의 방주 때의 대홍수처럼 세상을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우리는 흔히 엽기라면 뭔가 더럽거나 기상천외한 행동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나고 나면 긍정적인 엽기의 의미에 대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적으로 우리의 시점에 맞추어 바라본 그리스로마신화는 복잡하지도 무겁지도 않다. 단지 우리 인간 세상사를 보듯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글이 읽기 쉽다고 우습게보지 말길 바란다. 그 속에 담겨야할 건 다 담겨 있고 글의 끝에는 너무도 세심하게 신화를 소재로 그린 여러 명화들을 실어 주어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껄껄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책이 또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이 단연 으뜸일거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정말이지 유쾌한 책읽기를 한 것 같아 마구 솟구치는 엔도르핀을 주체 할 수 가 없다. 앞으로 나올 2권 3권의 다음 편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