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마지막 노래를 들어라 - 65인의 큰스님들이 남긴 열반송 이야기
이상철 지음, 이상엽 사진 / 이른아침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특정 종교를 주제로 한 책은 일반 소설처럼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그 독자가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종교와는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현실을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교서적들이 대중적 인기를 노리고 출간되는 것은 아니라고 믿기에 나는 그들의 책들을 상업적 목적이 아닌 전파 혹은 회고의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읽으려 노력한다. 이러한 책읽기는 내가 특정 종교에 심취해있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종교가 없다는 것은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흉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교인 내가 불교에 대한, 정확이 하자면 열반하신 스님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왠지 따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돌이켜보건대 지루하기보다는 마음이 잔잔해지고 알 수 없는 평온함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불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외가 쪽의 종교가 불교라는 이유를 떠나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면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좋은 뜻에서건 나쁜 뜻에서건 종교의 자유가 있고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되어야 할 이 시대에 종교를 강요하는 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런 현실에 지쳐있던 나에게 어머니를 따라 가끔씩 가는 절은 다른 세상으로 보였다. 인자한 표정의 스님들과 온 정성을 다해 기도를 하시는 여러 보살님들의 모습은 마치 자연과 어우러진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물론 어디에서건 부정부패와 비리가 없겠는가. 하지만 내가 절에서 바람과 함께 느낀 그 평온함은 아무 생각도 없는 무상의 상태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나는 [내 삶의 마지막 노래를 들어라]라는 이 책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읽어 간 것 같다.

 열반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아니다. 어렴풋이 그 뜻을 알고는 있었지만 책의 첫 소개에서 보다 정확한 뜻을 알 수 있었다. 

 열반이란,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죽음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런 죽음을 앞두고 불교의 수행자들은 흔쾌히 죽음을 맞이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죽음의 순간을 기쁨의 노래로 바꾸어 부른 수행자들의 말씀이 바로 열반송입니다.

 그렇다. [내 삶의 마지막 노래를 들어라]라는 제목은 말 그대로 스님들의 열반송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어떤 기분이 들지는 나로서는 아직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극도의 공포와 삶에 대한 집착이 눈앞을 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편안하고 행복하게 길을 떠나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한다. 책을 통해 만난 스님들은 우리들과는 다른 삶을 사신 분들이기에 그 죽음 또한 남달랐다. 그 분들은 평생을 욕심 없이 살고 자기 수련과 다른 이들을 위한 기도로 시간을 보내셨던 분들이다. 그 중 많은 스님들은 사후의 자신의 시체를 날짐승들의 먹이로 보시하시고자 하셨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지만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마음과 무욕의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마지막 하나까지도 나누고자 하셨던 마음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열반송들의 깊은 뜻까지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스님들의 마음만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내가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내용 일 수도 있었으나 열반송들 뒤에 나오는 짤막한 설명들과 스님들의 사진 그리고 그 분들의 일화를 읽는 동안 즐거웠다. 즐거웠다는 단어로는 다 표현하지 힘들지만 뭔가 깨닫고 욕심을 버리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사실 요즘 들어 내가 욕심이 너무 많아 진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하고 있던 터였다. 이러한 시기에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은 어쩌면 욕심을 버리고 맑은 삶을 살아보라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잔잔한 호수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그런 기분 때문인지 글을 마치는 지금 나의 얼굴엔 살짝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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