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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 올림 - 황대권의 신앙 편지
황대권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9월
평점 :
나는 이름 모를 야생화와 들꽃들을 참으로 좋아한다. 언제부터 이들을 좋아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황대권님의 [야생초 편지]라는 작품을 읽은 직후부터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정성스럽게 그린 예쁜 꽃들의 그림과 갱지에 적힌 글에서 전해져오는 풋풋함과 쓸쓸함에 가을을 느끼기도 하고 나도 야생초들에 대한 공부를 해볼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에겐 온통 좋은 기억들만 남아있던 독서였기에 이런 황대권님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정말로 반가웠다. 책을 보고 "어라?"라는 말을 뱉어버린 이유는 이 책이 신앙생활에 대한 수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가 없기에 특정 종교들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은 없지만 내가 이 책을 가슴 속 깊이 읽어 낼 수가 있을지 걱정이었다. 분명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으리라는 걱정 속에 나는 조심스럽게 황대권님과 다시 한 번 만나게 되었다.
책의 소개 글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그 분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시던 시절 가톨릭이라는 종교를 받아들이시고 자원봉사자인 디냐자매님이란분께 십 년 동안 썼던 편지들을 모은 책이라는 것이었다. 십 년이라는 시간 앞에 고개가 숙여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 꾸준하게 끊이지 않고 이어온 두 분의 우정의 편지는 끝없는 이야기처럼 길고도 길게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감옥에서 생활하다보면 그 죄가 깊던 얕던 아니면 유죄이건 무죄이건 종교생활을 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무언가 붙들고 싶고 용서받고 싶은 사람의 마음 때문이리라. [바우 올림]이라는 책을 통해 황대권님의 신앙생활뿐 아니라 가톨릭이라는 종교를 알아가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전도의 목적으로 쓰여 진 건 아니지만 종교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단언컨대 내가 만난 것은 종교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황대권님과 디냐자매님의 서신 속엔 그들의 삶이 녹아 있었고 그것은 생물학적인 성을 뛰어넘어 인간과 인간사이의 아름다운 우정이었다. 성별과 나이를 떠나 이토록 아름다운 인연을 맺으신 그 분들의 우정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 그것을 엮어준 것은 종교이지만 유지시켜준 것은 종교뿐 아니라 두 분이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이다. 하지만 나는 [바우 올림]을 통해 한 번 더 황대권님의 만나 그 심연 속의 아픔과 삶에 대한 의지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살내 나는 소중한 인연의 끈을 느낄 수 있었다. 신앙편지라고 지레 겁먹고 읽지 않는 이들이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지만 어느 곳에서나 사람의 진심은 통하는 법이기에 부디 이 책이 야생초 편지처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가을 황대권님의 손에서 디냐자매님의 손으로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온 이 편지는 어떤 선물보다도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