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풀빛 청소년 문학 5
도나 조 나폴리 지음, 김민석 옮김 / 풀빛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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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나이 열셋 열넷에는 무얼했던가? 십여 년전의 일이지만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턱 밑까지 간신히 오는 몽실이 같은 단발머리를 대롱대롱 흔들면서 학교와 집을 오갔던 기억이 전부인 듯... 그래서 인지 나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아이, 로베르토와의 만남은 충격적이었다.

 

 주인공 로베르토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사는 평범한 소년이다. 아버지는 곤돌라를 몰아 돈을 벌고 어머니는 간간히 전쟁반대시위를 하는 가정적인 분이며 세르지오라는 형도 있다. 어려운 집안사정을 제외 하고는 로베르토는 여느 아이와 다름없었다. 서부영화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평범한 십대 소년. 하지만 서부영화를 보러간 극장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독일군은 로베르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그의 인생과 가족, 친구 그리고 자유를...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강탈하며 모든 것을 파괴하고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며 미칠 듯한 광기로 눈을 빛내는 그런 상황. 아무 이유 없이 무력에 짓눌려 부모에게 작별인사도 고하지 못하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끌려가야 했을 주인공 로베르토를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요 자만이다. 내가 그 아이가 느낀 공포와 고통, 그 분노를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런 와중에서 로베르토가 친구 사무엘(엔조)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된 것은 하늘의 축복이다. 처음으로 끌려간 수용소에서 다시 활주로를 만드는 곳으로 그리고 춥디추운 우크라이나로의 긴 여정은 사무엘과 함께이기에 견딜 수 있었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군화를 사수하려다 아이들에게 얻어맞아 죽은 사무엘의 모습을 봐야하는 로베르토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얻어맞아 반쯤 푹 꺼져 버린 사무엘의 가슴을 차마 볼 수 없어 담요를 덮어주고 그 곁은 지내야만 했던 로베르토. 나는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한 아이에게 세상은 이토록 가혹하고 잔인한 것이었기에. 훗날 로베르토가 이탈리아 군인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흑해에 다다르게 되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집으로 돌아가 엄마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며 끝날 것이라는 내 상상 속의 해피앤딩과는 달리 로베르토는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그의 눈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과 굳은 의지로 반짝인다. 나는 그를 통해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다.

 

 "지금 필요한 건 돌이에요. 돌만 충분하고 물이 깊지 않다면 물 위에 도시를

세울 수 있어요. 베네치아처럼요."

 마우리치오는 로베르토를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저씨, 나는 돌이 될 거예요. 새로운 도시를 세우는 데 필요한 돌 말이에요.

아저씨도 그런 돌이 될 수 있어요."

 마우리치오가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야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로베르토가 웃음을 지었다.  

 

 어린 로베르토를 통해 바라 본 세상은 너무나 추악했지만 그 전쟁을 반대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이려는 작은 소년의 의지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청소년 문학소설로 분류되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려 했던 나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으며 여러 번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보석과도 같은 소설을 만나게 되어 지금 이 순간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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