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할머님이 쓰신 40년간의 일기 [내 마음에 꽃 한 송이 심고]를 읽은 한 아가씨입니다. 할머님의 일기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하나하나 소중히 잘 읽었습니다. 글이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어서 일주일이나 걸려 읽은 것은 절대 아니구요, 자꾸만 눈물이 나고 속이 상하고 마음이 메여서 그리고 마치 할머님이 저의 친할머니 같아서 한번에 끝까지 읽어내려가기가 힘들었습니다. 할머니, 저는 몇 달 전에 중국 작가 위화라는 분의 [인생]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은 한 사람이 태어나 노인이 될 때까지 겪는 이야기들을 역사적 배경과 함께 풀어 놓은 글이었는데요,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토록 잘 풀어낸 책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저는 진정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스며있는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바로 할머님의 일기지요. 솔직히 할머님에 대해 별로 아는 것 없는 상태에서 책을 만났을 때는 티비에 나오셨던 분, 그리고 몸이 불편하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어서인지 책에 대한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할머니. 어찌도 그리 솔직하신지 22살에 있었던 사고와 할머니를 떠나버린 매정한 남편의 이야기까지도 세세하게 적어두셨더군요.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 여러 사람에게 읽히게 될 줄은 모르고 쓰신 일기이겠지만 저는 그 속에서 삶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요즘 사는 게 너무나 재미없고 시간이 흐르는 것이 무료하게만 느껴졌는데... 그런 저를 할머님이 잔잔한 울림으로 토닥여주시고 때로는 꾸짖으시며 보듬어 주셨습니다. 하루하루를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시는 할머니. 할머니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단지 몸이 불편하여 가족에게 누를 끼칠까 걱정만 하시는 우리 할머니, 부디 이제는 제발 그런 생각은 마십시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셨다고 하시던데 안타깝게도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신청사연을 직접 보내셨다고 하시기에 의아했는데 신청사유를 살펴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이러한 자신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방송에 나가길 바라신 거였죠? 할머니의 소원은 너무나 멋지게 이루어 진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티비를 통해 그리고 책을 통해 용기를 얻고 마음을 잡고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할머니는 정말로 훌륭하신 분입니다. 할머니, 저는 책 읽는 것을 정말로 좋아해서 많은 책들을 읽었는데요. 한 번도 책을 읽고 책을 쓰신 분을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 저이지만 우리 이한순 할머님은 꼭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남 당진으로 가서 제가 가져간 할머님의 책에 한 글자 적어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부디 그것이 실례가 아니기를 그리고 할머님의 앞으로 남은 인생이 더욱더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너무나 고우신 할머니. 그 곱디고운 모습과 마음 그래도 언제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