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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쓰는 밤 - 나를 지키는 글쓰기 수업
고수리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평점 :

제목: 마음 쓰는 밤
지은이: 고수리
펴낸 곳: 미디어창비
마음에 와닿는 좋은 글을 만나면, 평생 함께할 소중한 인연을 얻은 기분이다. 평범한 일상에 문득 깜작 선물처럼 찾아오는 이 기분 좋은 만남은 따스한 추억으로 오래도록 가슴 한편에 자리한다. 다만 아쉬운 건, 이런 경험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든다는 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당찬 자신감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슬그머니 쪼그라들 때면, 서글프지만 감성도 의지도 덩달아 생기를 잃어버리니까. (살아보니 나이는 숫자만이 아니더라.) 하지만 그 귀하고 특별한 순간을 오랜만에 경험했다! 고수리 작가의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시간의 조각이 담긴 에세이 《마음 쓰는 밤》. 내 아담한 열 손가락이 경쾌한 리듬으로 자판 위를 통통 누비는 걸 보니, 나는 그녀의 글이 참 좋았나 보다.
그녀가 권한다, 우리는 글을 써야 한다고
6살 꼬마들을 키우고 음식 에세이를 좋아하고 어떻게든 글이 쓰고 싶은 사람. 고수리 작가와 나는 어느 면에서 좀 닮았다. 지난날 적어두었던 너는 한때 이런 사람이었다고 말해주는 글들. 낯설면서도 반가운 감정으로 그 기억의 조각을 마주했을 그녀를 바라보며, 서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는 과거의 내 흔적들이 떠올랐다. 불완전하더라고 날마다 쓰면서 자기다워진다는 그녀. 피할 수 없는 악플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며 작가에게는 자기 자신을 아낄 완고한 고집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작가에겐 작가가 쓴 글을 읽어주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그녀에게, 그 기적 같은 순간을 내가 함께하고 있노라고 전하고 싶다.

좋은 글은 마음에서 나온다
마음을 쓸수록 닮은 마음이 나에게 온다고 한다. 꾹 참지 못하고 화를 내뱉었던 못난 내 모습, 엉엉 울며 힘들다고 무너졌던 어느 날,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가 창문 가득 들어온 따스한 햇볕에 스르르 녹아버린 순간. 고수리 작가의 글을 유난히 나의 지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쓰면서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면 좋겠다'라고 권하는 그녀의 말이 가슴에 잔잔한 물보라를 일으킨다. 화려한 기교와 가식 섞인 꾸밈은 필요치 않다. 그저 간절하고 절실하게 그리고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쓸 것. 그렇게 하루 단 30분이라도 글쓰기로 나를 마주할 수 있다면, 나의 하루는 그리고 내일은 더 나아가 미래의 나는 좀 더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져 있지 않을까? 글을 쓰고 싶어지게 하는 그녀와의 만남은 참으로 평온하고 담백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