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허태임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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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지은이: 허태임

펴낸 곳: 김영사

 

 

 

마음이 복잡하고 피곤한 날엔, 가까운 산으로 향한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뭇가지에 촘촘하게 달린 초록 잎사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그 따스함이 온몸을 감싸면, 그간의 걱정과 불편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듯하다. 일과 돈에서 도저히 자유로울 수 없는 '노동자'의 삶이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고단함의 연속이니 일주일에 잠시라도 찰나의 휴식을 챙기려 노력해야 한다. '노동자'라는 단어는 썩 유쾌하지 않지만, '초록 노동자'라는 단어에는 왜 마음이 설렐까? 전국 곳곳을 누비며 식물의 흔적을 기록하는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 목록》. 세상 모든 식물에 다정하게 이름을 찾아주고, 식물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일을 하는 식물분류학자의 여정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역동적이며 한편으론 정적이다.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굉장히 과학적인 그 특별한 세계에 푹 빠져 보자.

 

 

 

식물과 함께하는 삶은 빈틈없이 행복하다

 

 

식물을 공부하는 사람이란, 식물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옮기는 일을 하는 사람.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식물을 탐사하고, 연구실에서 현미경을 통해 나무의 속을 들여다보는 식물분류학자의 인생은 언제나 설렘이 가득하다. 주변에 늘 있는 식물을 벗 삼아 노닐고, 깊이 탐구하며 밥벌이를 하고 친구이자 애인처럼 기대는 그 인생은 분명 빈틈없이 행복! 배를 타고 떠난 탐사 길에 들은 선장님의 지난 세월 이야기, 반가운 깜짝 출현으로 학계를 놀라게 한 변산바람꽃과의 만남. 전라남도 다도해를 훑으며 밤에 피는 하늘타리를 샅샅이 찾고, 몇몇 습지에서 겨우 만날 수 있는 낙지다리와 가슴 벅찬 조우에 성공하며 북한의 낙지다리를 만날 순간을 꿈꾼다. 마치 사람처럼 타향살이의 설움을 겪는 귀화식물 이야기까지, 하나하나 쉽사리 지나칠 수 없는 사연과 뜻깊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생명의 위대함과 인생에 관한 깊은 감사함으로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무엇을 나누어야 한다면 부디 이 책처럼만! - 박준 시인

 

 

식물을 연구하며 겪는 힘든 과정 중, 문득 지쳐 회의와 절망감이 불쑥 고개를 들 때면, 허태임 식물분류학자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잠시 식물 본연의 모습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녀와 함께 가만히 자연의 소리와 냄새에 촉각을 세우며, 시선을 사로잡는 생명의 흔적을 마주하는 순간... 그간 느끼지 못했던 낯설지만 기분 좋은 에너지가 샘솟는다. 해먹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듯, 슬그머니 스며든 나른함에 취해, 한없이 따스한 분위기에 온몸을 맡긴 이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식물 덕분에 울고 웃는 그녀의 진심에 덩달아 울고 웃었던 특별한 추억.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푸르름을 한껏 머금은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후련하고, 또 싱그러웠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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