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지은이: 김석중
펴낸 곳: 김영사
나는 좋아하는 것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책, 문구, 컵 등 유난히 좋아하는 몇 가지 물품은 다람쥐가 도토리 쟁이듯 쉴 새 없이 들이기도 한다. 그런 나를 보며 언젠가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많은 물건 나중에 다 쟁여 갈 거니?' 언제까지 이 세상에서 살아갈지 알 수는 없지만, 죽음은 아직은 먼 이야기로 느껴지기에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좋아하는 물건은 고민 없이 들이려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죽고 난 후에 이 많은 물건을 처리할 남은 가족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과연 내가 애지중지 아끼며 사용하던 이 물건을 누군가 좋아해 줄까? 쓰레기처럼 한데 모아 태워버린다면 너무 서운할 것 같은데... 죽음과 고인의 남겨진 유품에 관한 깊이 있는 생각과 경험을 담아낸 책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를 읽으며 그런 고민은 더 커졌다. 우리나라 1호 유품정리사가 전하는 죽음과 이별, 그리고 남겨진 유품에 관한 이야기. 죽음이 멀고 먼 일 같아도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유품정리사의 일과 고인이 남긴 유품에 담긴 의미
고인이 잠시라도 소유했던 모든 물건, 혹은 고인이 생전에 아끼던 물건. '유품'에 관한 생각과 기준은 각자 다르지만, 남겨진 물건엔 분명 고인의 온기와 정이 담겨 있다. 유품 정리란 남겨진 물건을 폐기하는 것이 아닌, 고인이 세상과 작별하도록 도와주고 유족을 애도하는 일이다. 어느 날, 한 젊은 직원의 죽음을 마주한 후 많은 고민 끝에 유품정리사의 길로 들어섰다는 김석중 작가. 여러 의뢰를 처리하며 그간 겪었던 난감한 상황들과 안타까운 사연을 풀어내는 순간순간에도 고인을 향한 존중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태도가 깊이 묻어난다. 고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유족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요구를 할까? 소중한 물건이라면, 누구에게 물려줄지 미리 정해놓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럼 그 애장품은 소중한 사람에게 전달되어 오래도록 또 다른 추억을 쌓으며 세월을 덧입게 되니까. 나의 끝은 언제일까? 그는 죽음이 언제일지 그려보고, 멀리 던져 놓은 채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훨씬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조언한다. 나의 죽음, 남겨진 가족과 나의 유품. 오래도록 찬찬히 생각하며 정리해볼 문제다.
자신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질 때까지
고인은 그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인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 죽어도 끝이 아닙니다.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p249 중에서...
천국으로의 이사
주인과 함께 천국으로 이사를 보냈다는 마음으로 하는 유품 정리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이런 행위는 죽은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산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안타깝지만 부모의 물건을 모두 간직하길 바라는 자식은 없다고 한다. 때론 부모님이 살아 계신 상황에서 몰래 물건과 집을 처분하려는 자식들도 있다니... 읽는 내내 마음이 착잡했다. 깔끔한 미니멀라이프로 유명한 탤런트 신애라는 자기가 죽은 후 남겨질 물건이 누군가에게 짐이 되게 하긴 싫다는 생각으로 매일 정리하고 버릴 물건을 추린다고 했다. 매일 조금씩 정리하는 삶이 결국 눈을 감은 후, 사랑하는 이들에게 싸울 여지 없이 편안하게 오롯이 상실의 슬픔을 애도할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선물일 수도 있겠다.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되, 내가 떠난 후의 상황도 가늠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이 책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는 우리의 그런 고민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며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니, 죽음과 그 후의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