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글쓴이: 마사키 도시카 / 옮긴이: 이정민

펴낸 곳: 모로

 

 

 

첫사랑, 첫 만남, 첫 키스. 대부분의 처음은 설레는 법이다. 책에 살고 책에 죽는 지독한 애서가들에게 가장 설레는 처음은 작가 혹은 새로운 작품과의 만남이 아닐까? 그 두근거리는 설렘을 오랜만에 느끼게 해준 책을 만났다. 마사키 도시카의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이 책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첫 작품을 선보인 그녀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노력파 작가다. 2020년 게이분도서점 문고 대상을 거머쥔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처음엔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이라 생각하지만, 사건의 시작과 함께 산산이 부서지고 혹은 안전거리를 유지하거나, 배신과 의심으로 얼룩진 끔찍한 결과로 치닫는 극한의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가족이란 환상을 집요하게 들추는 미스터리'. 하지만 그 끝은 미치도록 가슴 아프고, 그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또 하나의 놀라운 반전이 눈물을 글썽이던 독자의 허를 찌른다.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엄마는 아들이 죽은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연쇄살인 용의자의 도주로 도시 전체가 술렁였던 2004년의 어느 날, 경찰의 검문을 피해 도망치던 15세 남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날 목숨을 잃은 건 미즈노 다이키. 그의 엄마 이즈미는 아들이 그 새벽에 집에서 왜 몰래 빠져나갔는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이 너무 컸던 나머지, 이즈미는 남은 가족을 매몰차게 밀어내다가 결국 홀로 남겨진다. 하지만 그건 문제도 아니다. 이즈미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날,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왜 아들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는지.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가, 어느새 15년이 흐른다. 죽은 소년 다이키의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2부에서는 다른 사건이 펼쳐진다. 한 빌라에서 살해당한 24세 여성. 경찰이 주목한 강력한 용의자는 그녀의 내연남 모모이 다스히코. 하지만 그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미쓰야와 가쿠토 형사가 한 팀을 이뤄, 그의 아내 노노코와 그의 엄마 지에 등 여러 관련인을 조사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 비밀을 품고 있는 노노코와 그런 며느리를 의심하는 지에의 대립 구조,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미쓰야가 15년 전 죽은 소년의 사건을 종종 언급하는 등, 곳곳에 깔린 복선이 이 두 사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복수의 서막이었을까? 아니면 착각과 오해가 빚은 안타까운 사건이었을까? 마지막 마침표에 도달해서야, 그 모든 진실을 알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고 싶다."

일본 추리소설 베스트셀러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p311 중에서...

 

 

 

슬픈 진실을 마주하기까지, 가족이란 관계를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이야기

 

 

언젠가 악몽을 꾼 적이 있다. 하나뿐인 딸아이가 내 눈앞에서 차에 치여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꿈. 쓰러진 아이를 안고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그 끔찍한 고통이 너무도 생생하여, 결국 그 처절한 비명은 꿈을 뚫고 나와 현실의 소리가 되었다. 다른 가족이 깨워주지 않았다면, 난 얼마나 오래 그 고통에서 허덕였을까. 새끼를 잃고 그 슬픔에 장이 조각조각 끊어진 채 목숨을 거둔 원숭이 어미처럼, 아들을 잃은 이즈미 역시 그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거다. 그녀를 가장 괴롭힌 건, 알 수 없는 그날의 진실. 모든 사건 피해자의 유족들이 미치도록 찾을 수밖에 없는 그 진실. 아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끔찍한 불신과 오해로 책임을 추궁할 희생양을 만들어야만 했던 지에. 사랑 없는 결혼이지만, 한 아이의 엄마로서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노노코. 과연 세상 누가 그녀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누가 범인이고,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섬세한 감정 묘사로 깊은 몰입을 이끌며,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대단한 소설이었다. 끝이라고 생각한 곳이 끝이 아님을,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도 진실은 그 추리를 가볍게 비껴갈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이 품은 진하고 강렬한 묘미를 제대로 음미해보시길!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