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지은이: 김민철
펴낸 곳: 미디어창비
안녕하세요, 민철 작가님.
올해는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온 여름에 하루하루가 참 새롭습니다.
작가님이 계신 곳도 한없이 무덥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겠죠?
새로운 옷을 입고 썸머 에디션으로 특별 출간된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를 읽고
이렇게 작가님께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풀벌레 소리를 벗 삼아 사각사각 연필 손글씨로 마음을 담고 싶었지만
열대야에도 타닥타닥 쉬지 못하는 키보드로 대신하려니 좀 아쉽습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게, 정확히 제 인생에 어떤 의미인지를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일을 우선순위에 둔 제가 원망스러울 법도 하건만
인생은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묵묵히 저를 응원해주었습니다.
어쩌면 바쁘다는 핑계와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여행하기 어려웠던 지난 2년을 오히려 안심하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작가님이 오랜 시간에 걸쳐 외국에서 보낸 편지는
분명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데, 왜 저에게 온 편지 같았을까요?
해가 넘어가는 순간 후지산이 보이는 언덕에서 마셨던 맥주.
한 달이나 떠난 프랑스에서 꿋꿋이 모은 술잔.
지치도록 걸은 척박한 땅에 반해버린 아일랜드...
여행지 곳곳에서 누군가를 향해 담아낸 그 순간의 추억과 진심이
긴 세월을 흘러 멀리 저에게까지 닿았습니다.

살면서 문득 자문했던 순간들.
찬란한 고독에 전율하며 한없이 책에 파고들었던 기나긴 밤.
혼자든 누구에게든 중얼거렸던 허공에 흩어진 말들.
그 모든 게 실은 혼자가 아니었고
이제야 답장으로 날아와 가슴을 두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기분 좋은 만남은 뭉클한 감동이 되어 마음속 깊이 녹아들었습니다.
일과 더위에 시달리는 틈틈이 이 책을 읽었습니다.
내내 들여다보던 모니터에서 잠시 눈을 돌려 읽고
잠시 소파에 몸을 누이는 꿀맛 같은 휴식 시간에 읽고
가만히 품에 안고 한낮의 낮잠에 빠지기도 했어요.
어디에서 누구에게 쓴 편지든...
꼭 오래도록 저를 기다려준 것처럼
그렇게 켜켜이 제 인생에 스며들어 특별한 순간을 선사했죠.
좀 더 집중해서, 쌓인 일들을 어서 마무리하고
가까운 곳에 여행을 떠나봐야겠어요.
그곳에서 저도 소중한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볼까 합니다.
그땐 꼭 연필이나 만년필로 사각사각 손 편지를 적어볼게요.
작가님이 아낌없이 허락해준 행복한 추억 덕분에
또 내일을 살아갈 용기와 에너지를 얻은 사람이 있다는 걸
가끔 떠올려주신다면 좋겠어요.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고맙습니다.
타자치는 다람쥐 드림
추신) 작가님과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더라고요.
이 책에 한참 푹 빠져 있던 중, 몇 년 전 읽었던 <하루의 취향>도 작가님 책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젠 김민철 작가님 성함을 꼭 기억하며 다음에 내실 신간을 손꼽아 기다릴게요.
언제 어디서나 늘 빈틈없이 행복하시길!
감사합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