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지음, 유나영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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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지막 지식인

지은이: 러셀 저코비

옮긴이: 유나영

펴낸 곳: 교유서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참 많은 것이 변화한다. 음식, 패션 등의 기호 상품부터 선호하는 주거 형태,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 의식까지.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특정 분야의 누군가가 마치 증발하듯 사라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납치와 살인? 워낙 비인간적인 사건사고가 많은 요즘이라 아마 범죄 사건부터 떠올랐겠지만, 어쩌면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서 주목하는 실종은 누군가 정말 목숨을 잃고 세상에서 사라지는 그런 사건은 아니다. 역사학 명예교수이자 학술, 문화 비평가인 러셀 저코비는 지성계가 한껏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꼬집으며 젊은 지식인이 소멸하는 상황을 한탄한다. 이 시대의 지성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사라진 지식인, 그들은 누구인가?

 

 

이 책은 '젊은 지식인들은 어디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젊은'이란 형용사는 45세 미만을 뜻하니, 생각보다 지칭하는 연령대가 높다고 놀라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이전의 지식인들은 교양 있는 독자들을 상대로 집필 활동을 했지만, 그다음 세대의 지식인들은 캠퍼스 안에서 프로페셔널한 동료만을 상대한다. 지성과 대중을 연결하며 건강한 지식을 전파하는 공공 지식인이 소멸해버린 것이다. 이런 문화적 세대 단절이 불러온 안타까운 현실을 탐색하며 저자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실종된 지식인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자아비판이기도 함을 고백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기에 앞서 정확한 시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겠다. 사실 이건 좀 옛날 이야기다. 저자가 말하는 공공의 삶에서 실종된 지식인들은 주로 1960년대에 성년을 맞았던 사람들. 그러니 이 책이 주목한 사라진 지식인들은 주로 1960~1980년대의 지성들이다.

 

 

 

 


 

 

 

 

《마지막 지식인》 출간 후, 뜻밖의 반전!

 

 

1872년 설립된 보헤미안 클럽의 흥망성쇠와 그들이 끼친 사회적 영향, 교양 있는 대중에게 헌신하는 지식인 계보의 마지막 세대인 어바니스트, 보헤미안의 마지막 세대이자1960년대 대항문화의 첫 세대인 비트족, 뉴욕 유대계와 그 밖의 지식인들, 캠퍼스를 장악하기 시작한 좌파 학자들, 저자가 생각하는 마지막 지식인들 그 이후. 저자가 주목한 세대의 지식인 계보를 쭉 훑고 나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2000년 판 서문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생각지도 못한 재밌는 반전은 거기서 펼쳐진다. 저자는 1987년 이 책을 출간할 당시에는 공공 지식인 퇴조라는 주장이 머잖아 반증되리란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지식인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 구성이 어딘가 바뀌었을 뿐. 흑인 공공 지식인의 부상도 눈여겨볼 만한 큰 변화였다고 한다. 《마지막 지식인》은 한탄이라기보다는 지식인을 향한 대중적 언어를 되찾고 공공의 삶에서 자신을 재천명하라는 호소에 가깝다는 저자의 말을 끝으로 책을 덮으며,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의 지식인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을까? 아니면 바람직한 공공 지식인으로서 지성의 별로 활동하고 있을까?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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