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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 그냥 지는 전쟁은 없다 ㅣ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1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2년 2월
평점 :

제목: 병자호란, 그냥 지는 전쟁은 없다
지은이: 임용한, 조현영
펴낸 곳: 북이십일 레드리버
학교를 졸업한 후로, 한국사를 다시 공부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역사를 좋아한다. 그 마음만큼 지식이 따라주지 않아 늘 안타까울 뿐. 역사 이야기를 접할 때,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헷갈리는 게 전쟁사가 아닐까 싶다. 조선 왕조 500년 동안 무슨 침략을 그리도 많이 당했는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부아가 치밀고 원통해서 코끝이 시큰거릴 정도. 역사는 스토리텔러가 누군지에 따라,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지식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이야기꾼이 역사도 더 재밌게 전달하는 법! 평소 역사 관련 방송 애청자라면 반가워할 임용한 박사님이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첫 번째 주제는 병자호란! 앞으로 중동전쟁과 임진왜란으로 시리즈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병자호란, 그냥 지는 전쟁은 없다》에서는 누르하치가 건주여진의 추장이었던 시절부터 병자호란 후 조선의 모습까지, 살얼음판 같았던 그 시절, 역사의 한 자락이 실감 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병자호란:
1636년(인조 14)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청나라가 조선에 대한 제2차 침입으로 벌인 전쟁.
국방TV '토크멘터리 전쟁사'로 유명한 역사학자 임용한 박사님이 이렇게 책으로 또 역사를 알려주시니 더없이 반가운 마음이다. 병자호란이란 주제를 다루기 위해 훗날 후금을 세우고 청나라의 시조가 된 누르하치가 야심을 감춘 채 세력을 확장했던 젊은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명을 위협하는 누르하치의 기세를 주시하며 조선의 앞날을 걱정했을 광해군의 모습이 그려진다. 임진왜란 후 공들여 키운 최정예 부대를 한순간에 잃고, 모문룡이라는 양아치 같은 악질을 상대하며, 어떻게든 나라를 지켜내려 한 그 노력이 인상적이다. 인조반정으로 나라의 주인이 바뀌며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하게 사라진 광해군. 인조 역시 후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처음엔 형과 아우를 청하며 형제국이 되자던 놈들이, 나중엔 아주 그냥 조선을 깔아뭉갤 대로 뭉갠다. 청나라로 국호를 바꾼 후, 간섭과 요구는 점점 심해졌고, 명과 청나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조선의 상황이 결국 전쟁의 불씨를 키운 듯하다. 어떻게든 침략당할 상황이었을 것 같긴 하지만, 혹시 광해군이라면 인조와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여 또 한 번 위기를 빠져나갔을지 조심스레 상상해보게 된다. 광해군과 인조, 과연 누가 더 훌륭한 리더였을까?

병자호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쓰라린 아픔을 남긴 전쟁이었다. 인조가 항복의 예를 행한 삼전도의 굴욕은 상상만 해도, 허망하고 원통하다. 약 500년 전의 상황이 어쩜 이렇게 요즘 현실과 비슷한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이 전쟁 같은 일상에서 역사를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병자호란은 꼭 공부해야 할 전쟁사다. 다양한 자료와 함께 시시각각 펼쳐진 당시의 상황을 읽다 보니, 시공간을 초월해 그 시절 조선에 가 있는 느낌이었다. 위험, 불안, 초조! 임용한 박사님이 워낙 쉽고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주신 덕분에,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집중하여 병자호란이란 큰 틀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다. 역사 속 인물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정해진 답은 없다지만,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하면서도 임용한 박사님만의 색깔을 잃지 않은 이 책이 내겐 정답인 듯하다. 재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앞으로 출간될 중동전쟁과 임진왜란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크다. 레드리버 전쟁사 시리즈, 그중에서도 임용한 시간순삭 전쟁사는 앞으로도 눈여겨볼 시리즈! 치열한 세상에 사는 모든 분께 추천합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