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 100년 역사의 고교야구로 본 일본의 빛과 그림자
한성윤 지음 / 싱긋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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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글쓴이: 한성윤

펴낸 곳: 싱긋 (교유당)

 

 

 

특별히 좋아하는 구기 종목이 없는 나는, 야구든 축구든 농구든 경기를 일부러 챙겨보진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 TV로 틀어놓으면 같이 보곤 한다. 한때 일본 만화 《슬램덩크》 덕분에 농구의 매력에 미친 듯이 빠져든 적이 있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피구왕 통키》 때는 피구를, 《축구왕 슛돌이》 때는 축구에 살짝 관심이 있었다. 만화 《H2》를 봤다면, 야구와 그 작품에 취해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에 출근 도장을 찍었으려나? 이번에 만난 책은 좀 특별한 야구 이야기였다. 국내 최초로, 일본 고교 야구대회인 고시엔을 체계적으로 다룬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사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의 반응은 좀 시큰둥했다.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달까... 그런데 책장을 펼치는 순간, 묘한 기류를 채 감지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빨려 들었다. 내 인생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일본 고교 야구의 거친 매력이 시원한 홈런을 날리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날리는 순간, 나는 이미 그들과 함께였다.

 

 

 

 


 

 

 

 

청춘과 열정의 상징 고시엔, 모두의 마음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다!

 

 

 

청춘은 젊음이란 공식은 어디서나 변함없지만, 청춘이 뜻하는 생물학적 연령대는 나라마다 조금 다른 듯하다. 우리나라는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를 청춘이라 칭하며, 주로 대학생 시절을 떠올리고, 10대 후반이었던 학창 시절은 사춘기로 인식한다. 한데, 나쓰메 소세키가 《산시로》라는 작품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를 청춘으로 묘사한 후, 일명 '청춘 신드롬'에 열광한 일본은 그 상징으로 고등학생 야구대회 고시엔을 꼽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야구라는 운동에 쏟아부은 청춘의 땀과 눈물, 그들이 펼치는 감동 드라마는 그 시절을 함께 보낸 모두의 마음에 아련한 향수로 자리 잡고 평생 함께한다. 친절하긴 하지만, 감정 없는 가면을 쓴 듯한 일본인들도 고시엔에 관해서라면 다양한 감정을 표출한다고 한다. 3학년 때, 지역 예선 출전 선수로 뽑히지 못하면 '최후의 노크'나 마지막 미팅으로 은퇴식을 치르게 되는데... 이게 참, 야구의 '야'자도 모를뿐더러 바다 건너 멀리 사는 나까지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적이다. 투수 마운드에 올라 감독님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면, 감독은 땅볼 타구를 쳐주고, 선수는 공을 잡아 포수에게 던진 후 감독과 안녕을 고한다. 그 청춘들이 흘린 눈물에 담긴 진심이 더없이 감동적이라 오랜 여운을 남겼다.

 

 

 

 


 

 

 

 

꿈을 향해 달리는 무대 고시엔, 일본 사회를 조망하다!

 

이 책을 읽으며,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고시엔을 알면 일본을 거의 다 아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일본의 몰랐던 면모와 더불어 한국 야구와의 다양한 사연도 만날 수 있어 꽤 흥미로웠던 시간. 10년간 최대 100억 원을 투자해 아마추어야구의 판을 키워 야구 르네상스를 만들겠다던 KT. 그 큰 꿈은 일본 고시엔 야구에 중계권료가 없다는 말을 듣고,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백지화되었다고 한다. 일본 고교야구 역시 엄격한 선후배 관계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건 운동계에서 뿌리 뽑기 힘든 고질병인가? 봄 고시엔의 경우엔 우승컵을 주지만, 전통적인 여름 고시엔 경기에서는 우승컵 자체가 없고, 대신 깃발을 수여 한다고 한다. 잘 몰랐던 분야라, 책장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지식이 쏟아져나온다. 흥미 없는 주제라 기대 없이 읽었던 첫 시작이 무색하게, 없던 흥미가 마구 샘솟으니... 우와, 야구 좋아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대체 얼마나 재밌을까? 분명 잠을 이루지 못하고 펼친 자리에서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낼 듯! 이 책은 단순히 고시엔이란 야구대회만 분석한 게 아니라, 그와 연결된 오랜 전통과 이해관계 등, 일본 사회라는 큰 수레바퀴가 고시엔과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를 깊이 있게 통찰한다. 100년 역사의 고교야구를 통해 한 나라의 흐름을 살피는 역사책이자, 우리 사회의 과거,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는 인문학책! 훌륭하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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