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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제목: 대통령의 염장이
지은이: 유재철
펴낸 곳: 김영사
사랑했던 가족을 보내는 고통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살면서 몇 번의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했지만, 다행히 우리 가족은 모두 건강하게 내 곁에 있기에 지금까지의 슬픔은 잘 견뎌낼 수 있었다.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어떻게 보내드려야 하는지 나는 잘 몰랐다. 부실한 상조 회사들의 실체를 고발한 기사를 읽으며 장례에 관한 거부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인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보내드려야 하는지, 그리고 내게 주어진 남은 삶을 어떻게 꾸려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은 듯하다. 30년간 수천 분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드린 유재철 장례지도사의 에세이 《대통령 염장이》. 이 책은 대통령 여섯 분의 마지막 가시는 길과 여러 고인의 죽음에 관하여,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남은 이들의 삶에 관하여 깊이 있는 인생 철학을 전한다.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한 인생을 두 손으로 보내주는 사람
유재철 장례지도사는 고인을 고이 보내 드릴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된 삶이 무엇인지 가르침을 받는다고 한다. 고인을 생전 모습처럼 곱고 단정하게 모시는 일. 그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난 수많은 사연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하루아침에 아내와 자식 둘을 모두 잃고 절규하는 남편,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부터 곡기를 끊고 목욕재계 후 생전에 가장 아끼던 옷을 입고 돌아가신 할머니, 감나무 가지를 치다가 실족하여 안타깝게 돌아가신 스님, 먼저 간 고인을 금세 따라가 버린 가족의 줄초상. 예전엔 영화나 드라마 속 일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죽음의 순간이 생생한 현실로 성큼 다가와 고개를 떨구게 된다. 몸은 상처투성이였지만, 얼굴만은 무사했다던 노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은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를 떠나 그저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 그 죽음 앞에서 삶의 유한함과 소중함이 한층 더 진해진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인생인데
우리는 '내일'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아간다.
에세이 추천 《대통령의 염장이》 '죽음의 문턱에서' 중에서...
최선의 삶, 나이듦에 관하여...
핑계 없는 무덤, 이유 없는 죽음은 없다. 내 삶의 끝이 어느 순간 어떻게 찾아올지는 알 수 없다. 문득 죽음이 두려운 순간도 있다. 하지만 책에 실린 한 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태어날 때도 이 세상을 모르고 왔으니 다음 세상 역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죽음을 마주한 이 책에서 가장 강하게 느낀 건 제대로 살고 싶다는 의지였다. 당연한 줄 알았던 '내일'이 실은 더는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 그렇다면 우리는 매 순간 원하는 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할 것이다. 최선의 삶은 됐고, 그저 행복하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이 세상, 신나게 잘 놀다 간다'고 말하며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날 위한 그런 인생을 꾸려가자. 유족의 눈물이 수의에 묻으면, 수의가 무거워 영혼이 떠나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를 보내야 하는 순간, 혹은 내가 떠나야 하는 순간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맺히지만, 삶과 죽음 모두 피할 수 없는 끝이 있기에 잘 준비해보려 한다. 《대통령의 염장이》 죽음에 관하여 논하지만, 그 어느 책보다 삶을 향한 강한 의지를 피어오르게 하는 책이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