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아무렇지 않다
글 & 그림: 최다혜
펴낸 곳: 씨네21북스 / 한겨레출판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내 자리는 없는 듯한 공허함. 이 넓은 세상에 내 몸 하나 편히 뉠 곳 없는 허탈함. 고등학교, 대학교라는 마지막 방패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세상 앞에 덩그러니 놓인 20대는 가장 아름답지만, 또 가장 서글프고 괴로운 나이가 아닌가 싶다. 어엿한 사회인이 된다기보단 그저 내 밥그릇은 내가 챙길 수 있길 바라며 꿈과 현실을 타협해야 하는 수많은 순간. 30대가 되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란 막연한 희망은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 헛된 꿈으로 전락한다. 분명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세상은 우리에게 이토록 가혹한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가파른 외줄타기를 하며 늘 아슬아슬한 청년들. 어느 날 무례하게 불쑥 찾아오는 불행 앞에서 무너진 순간들. 하지만 또 힘겹게 일어서 괜찮은 척 담담하게 내일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담은 그래픽 노블을 만났다. 꼭 안아주고 싶은 세 여인, 결국 하나의 청춘인 그녀들의 이야기 《아무렇지 않다》에서 최다혜 작가는 가혹하고 불친절한 인생의 순간들을 촘촘하게 담아낸다.

혹독한 세상에 오늘도 휘청이는 청춘들
일러스트레이터 지현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는 악몽에 시달린다. 어렵사리 정신을 차리고 새 일감을 얻으러 간 자리. 출판사는 작품을 이용할 권리를 전부 양도하라는 계약서를 내민다. 그저 자기 이름 석 자가 박힌 책을 내고 싶었던 지현에게 세상은 너무 가혹하다. 그사이 누군가는 이미 책을 냈고 지현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시간 강사 은영은 대학에서 강의하지만, 늘 생활비가 부족하다. 친구의 결혼식, 오랜만에 만난 친구 중에 자리를 못 잡은 사람은 자기뿐인 것 같다. 수업이 정말 좋았다는 학생의 감사 이메일에 다시 힘을 내는 은영에게 대학 측은 생각지도 못한 비보를 전한다. 무명작가 지은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회사를 그만뒀다. 안 그래도 빠듯한 형편에 엄마까지 돈을 달라며 손을 벌린다. 마음마저 조급해지는 가난과 미술계의 불편한 진실이 자꾸만 은영을 흔든다. 은영은 그렇게 붓을 잠시 내려놓는다.

불행은 늘 초대 없이 무례하게 찾아온다.
그리고 세상은 불행을 겪는 이들에게
그것이 그들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 말하는
더 큰 무례를 범한다.
《아무렇지 않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저 계속하겠다는 다짐과 진심 가득 담아 보내는 응원
일러스트레이터 지현, 시간 강사 은영, 무명작가 지은은 최다혜 작가이자 수많은 청춘의 자화상이다. 그들을 지켜보며, 힘들고 괴로웠던 나의 청춘이 떠올랐다. 세상이라는 큰 파도 앞에 수없이 넘어지고 거절당하고, 환영받지 못한 채 한없이 작아졌던 초라한 내 모습.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어떻게든 자리 잡겠다는 생각이 컸기에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으로 또 힘겹게 일어섰던 나. 안쓰러운 마음에 당장 달려가 안아주고 싶은 그 시절의 내 모습은 그들과 지독하리만큼 닮았다. 그 힘든 시절을 겨우겨우 지난 내가 아직 그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는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딱 하나. 되돌아보며 참 열심히 살았구나 웃을 순간이 분명 올 거라는 거. 그저 계속하겠다는 다짐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고 귀하다. 세상의 모든 지현, 은영, 지은... 그리고 최다혜 작가와 나... 지금 이 순간 지친 몸으로 쓰러져 한줄기 눈물을 흘릴 청춘들을 꼭 안아주고 싶다. 절대 안 괜찮지만, 아무렇지 않다고 툭툭 털고 일어설 당신을 위해, 당신을 닮은 수많은 누군가가 또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진심을 가득 담아 응원을 보낸다. 《아무렇지 않다》의 작가님, 최다혜. 이 세 글자를 다시 적어 보며... 아프지 마, 청춘!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