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 시베리아 숲의 호랑이, 꼬리와 나눈 생명과 우정의 이야기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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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꼬리

글쓴이: 박수용

펴낸 곳: 김영사


 

인간과 동물 사이에 우정이 존재할 수 있을까?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나 사육사 손에 길들여진 동물원의 동물이라면 가능할 듯 싶기도 하다. 한데 그 대상이 시베리아 숲 호랑이라면... 과연 인간과 호랑이 사이에 존중과 우정이란 감정이 생길 수 있을까? 자연의 내면을 기록해 온 자연 다큐멘터리스트이자 자연문학가인 박수용 작가는 누구도 쉽사리 답하지 못할 그 질문의 명쾌한 해답을 이 책 《꼬리》를 통해 증명한다. 오랜 세월 연해주와 만주에서 야생 시베리아호랑이를 관찰해 온 그는 세월이 흐르며 야생호랑이를 더 깊이 이해하고 녀석들의 애환을 알게 됐다. 자연과 생명이 주는 경이로움에 매료된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그만두고 2011년 시베리아호랑이 보호협회를 설립했다. 이 책엔 저자가 오랜 시간 지켜본 시베리아호랑이 '꼬리'의 찬란한 일생이 담겨 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자연문학'이 이토록 재밌고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니, 눈을 뜬 심 봉사의 심정이 이랬을까? 꼬리와 함께한 모든 순간은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며, 때론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시렸다.

 

 

 

 


 

 

 

시베리아 호랑이의 왕대, 꼬리

 

 

 

시호테알린산맥의 험준한 바위산 지역인 용의 등뼈에는 호랑이를 섬기는 우데게인의 신앙이 전해져 온다. 하늘의 신, 엔두리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연결하고자 호랑이들의 왕인 '왕대'를 세상에 내려보낸다. 왕대는 숲의 소통자로서 대대로 용의 등뼈에서 태어난다. 광활한 산맥을 떠돌며 숲을 다스리다 용의 등뼈 어딘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승의 삶을 마치면 날개를 단 용의 정령이 되어 엔두리 곁으로 날아간다고 한다. 이런 성스럽고 귀환 존재인 왕대가 바로 '꼬리'였다. 한때 숲을 호령하며 무서울 것 하나 없던 꼬리였지만, 야속한 세월 앞에 늙고 쇠약해져 왕좌를 내어줄 날이 머지않았다. 젊은 수호랑이의 위협적인 도발에 첨예하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꼬리는 굶주림과 이성적 판단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번번이 사냥에 실패하고 추운 겨울이 되어 여러 날 배를 곯자 민가로 내려와 가축을 공격하기도 한다. 저자와 보호협회 동료들은 꼬리의 민가 습격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한다. 호랑이 출몰 제보에 사례하고 피해 가축에 대해 보상해주지만, 밀렵으로 잡아 암시장에 거래하면 주민의 1년 수입에 맞먹는 큰돈을 벌 수 있는 터라 호랑이 보호가 쉽지 않다.

 

 

 

 


 

 

 

죽음은 이미 삶 안에 존재하여 묵은 삶이 흘러가야 새로운 삶이 온다고들 한다.

삶이 죽음의 시작이라면 허무는 존재를 안아주는 슬픔이다.

슬픔이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막막한 연민이라면 연민은 시간이 흘린 낙엽이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꼬리》 p123 중에서...

 

 

 

가슴 깊이 남은 생명의 위대함과 찬란한 우정

 

 

 

왕대 자리를 위협하는 젊은 수호랑이 하쟈인과의 격렬한 싸움과 씁쓸하게 돌아선 꼬리의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꼬리를 도와주고 싶다. 철저하게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관찰자로 지켜보다가도, 어느새 꼬리를 마주 보며 응시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두렵지만,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가슴이 복받혀 금세 눈물이 맺힌다. 꼬리 역시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꼬리를 끊임없이 추적하고 관찰하는 저자에게서 집념을 넘어선 강한 애정을 느꼈다. 찰나의 순간 내가 저자인지, 꼬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여 시베리아의 아름다운 설원을 누비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마지막 반전에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식인 호랑이로 몰려 사살 당할 위기에 처한 꼬리와 그런 꼬리를 구하려는 저자의 눈물겨운 노력. 한순간도 꼬리를 의심하지 않은 저자와 나 자신을 칭찬하며 꼬리의 마지막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한 호랑이의 삶과 생명을 다룬 글이 어떻게 이토록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까? 탁월한 문장을 통해 지켜본 웅장하고 찬란했던 꼬리의 삶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다. 정말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각 페이지 하단에 새겨진 모습처럼 꼬리가 하늘 높은 곳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기를!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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