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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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글쓴이: 유지혜

펴낸 곳: 김영사


 

다채로운 출간 스펙트럼을 지닌 김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에세이다. 가수 양희은 님의 <그러라 그래>, 인기 유튜버 밀라논나 님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올해 손꼽을 정도로 좋았던 에세이 베스트셀러! 열심히 달려온 2021년을 마무리하며 김영사의 또 다른 에세이와 함께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베스트셀러 <쉬운 천국>을 쓴 유지혜 작가의 신작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가 떠오르는 제목에 슬그머니 미소 지으며 유지혜 작가와 함께 거닌 시간은 참 좋았다. 훔치고 싶을 만큼 좋은 글귀가 가득해서 오랜만에 인덱스도 잔뜩 붙이며 문장을 깊이 음미하고 또 음미했다.

 

 

 

아름다운 안전지대였던 뉴욕과 베를린, 파리에서는 삶을 사랑하기가 쉬웠다는 그녀. 상황이 상황인지라 떠돌며 사는 반짝거림을 잃게 된 후, 고민하며 울기도 했던 그녀가 마음속 상자를 열고 잊고 있던 사랑의 기억을 꺼낸다. 학창 시절 선생님, 친한 친구, 부모님, 한때 사랑했던 연인, 친구의 아이 등 평범한 척 곁에 숨어 있던 그 사랑을 슬그머니 풀어놓는다. 고이 접은 편지 속에 담긴 추억을 펼치듯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 설렜다. 일상이 몽상이 되어버린 올해 같은 가을에 딱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을 읽고 싶다는 그녀. <책은 도끼다>를 읽고 관심이 생긴 <그리스인 조르바> 이야기를 이 책에서 또 만난 건 운명일까? 나와 깊은 인연이 있는 에밀리 디킨슨까지 등장하니... 책 곳곳에 촘촘히 박힌 인연의 끈을 한 가닥씩 엮으며 그녀와의 다음 만남을 기대하게 된다. 진짜 힐링책!

 

 

 

 


 

 

 

 

눈에만 살며시 담아본다. 방해하지 않고, 소리 내지 않고,

그것은 주목을 바라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일이다.

나중에 꺼내 볼 마음까지도 그 순간에 쏟아버리는 것이다.

나는 때때로를 놓침에 기뻐한다. 그리고 실감한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기록되지 않았음을.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p42 중에서...

 

 

 

'읽는다는 건 오랜 시간을 이겨 살아남은 책의 힘을 깨닫게 하고 글 쓰는 행위에 대한 막연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면서 나는 내놓지 못한 탐스러운 문장을 톡톡 새긴 그녀를 시샘했다. 올해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다며, 새로운 10년 동안엔 말 한마디, 한마디 진심으로 세상에 내놓자는 그녀의 다짐에 곧 앞자리가 바뀔 나도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살면 좋을지 그려보았다. 서로만의 비밀이 가득한 친구 사이 같은 독서를 더 깊이 즐기며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몹시 솔직하게 삶을 쟁취하고 싶다. 입안에 넣은 초콜릿처럼 쌉싸름하게 녹아내리는 문장을 탐닉하며, 그녀가 하얀 눈에 발자국처럼 남긴 추억의 자취를 좇다 보니 어느새 행복에 한 발 가까워져 있었다. 표시해둔 좋은 글귀를 꾹꾹 눌러 적어 보며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남길 한 줄을 써내기를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힐링책, 좋은 글귀 가득한 에세이로 추천합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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