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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제목: 거꾸로 소크라테스
지은이: 이사카 고타로
옮긴이: 김은모
펴낸 곳: 소미미디어
늘 작심삼일로 끝나버리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언제나 사뭇 진지하다. 풋풋했던 10대 학창 시절의 마음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기다려주지 않는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나를 중년의 문턱에 데려다 놓았다. 어릴 때는 절대 먼지 폴폴 날 것 같은 케케묵은 어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가끔 나 역시 선입견과 고지식함을 앞세워 고리타분한 어른 행세를 할 때가 있다. 훈장 노릇은 하지 말자고 다짐해도 불쑥 뛰어나오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어찌해야 할꼬! 그런데... 어이쿠.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을 뒤집어버리겠다는 당찬 녀석들을 만났다. 책으로 만나서 다행이지 실제로 만났으면 어땠을지. 오늘 추천하고 싶은 책은 일본 소설이자 단편 소설이며 또 성장 소설이기도 한 『거꾸로 소크라테스』다. <골든 슬럼버>, <명랑한 갱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이사카 고타로의 데뷔 20주년 기념작, 모두 기대하시라!
『거꾸로 소크라테스』, 대체 어떤 책일까?
총 다섯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어른과 또래의 모습을 그려낸다. 몹쓸 선입관을 지닌 선생님, 반에서 왕 혹은 왕비처럼 군림하며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무시하는 아이,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려는 사회 부적응자, 가정 폭력을 당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아이 등등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작가는 특유의 재치와 능청스러움을 살려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낸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 싶은 평균 이하의 어른도 등장하지만, 맹탕인 줄 알았는데 실은 아이들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 나름의 소신을 지난 구보 선생님처럼 제대로 된 어른도 등장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음과 양을 모두 제시하며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접근하니 부담 없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달까. '권선징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통쾌한 응징과 뭉클한 감동이 있는 따스한 성장소설이다.
"농구의 세계에서 남은 시간 1분을 뭐라고 하는지 아니?" 이소켄이 물었다.
뭐라고 하는데요? 나를 비롯해 모두가 돌아보았다.
영원이야, 영원.
『거꾸로 소크라테스』 p193 중에서...
『거꾸로 소크라테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책을 읽다가 문득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라는 곡이 떠올랐다. '됐어 (됐어), 이제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를 외치며 소심하게 반항기 충만했던 나의 학창 시절. 원하는 일을 하며 세상을 다 가질 거라 다짐했던 그때의 나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사카 고타로가 데뷔 20주년 기념작으로 이런 단편 소설들을 쓴 건, 어쩌면 가장 그리운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도는 아니었을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다양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살리며, '아, 그땐 정말 그랬지!'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게 바로 이 책 『거꾸로 소크라테스』의 묘미다. 마지막 2개의 단편 <언스포츠맨라이크>와 <거꾸로 워싱턴>에서는 쿠키 영상처럼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이 또한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데뷔 후 20년이나 건재할 수 있는 작가의 내공을 잘 보여준 이사카 고타로. 역시는 역시다. 속도감 있는 단편 소설, 유쾌한 성장 소설, 술술 읽히는 일본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