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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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성의 시간

글쓴이: 유영민

펴낸 곳: 자음과모음

 

 

 

『화성의 시간』. 이 책에 관한 첫인상은 그다지 강렬하지 않았다. 명화 속에 등장할 법한 외롭고 고독한, 삶에 찌들어버린 여인의 모습. 어떤 이야기일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제목. 솔직히 읽고 싶은 마음이 동하질 않았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한 채 이 책을 그대로 넘겨버렸다면 난 대체 얼마나 후회했을까? 읽기 전과 후가 이토록 다른 소설이 있을까 싶다. 하얀 페이지 위에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빨려들듯 자판을 두드리다 지우기를 여러 번. 이 가슴 아픈 이야기를 어디서 어디까지 이 글에 담아도 되는 걸까? 유영민 작가가 펼치는 서사에 사로잡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는데, 이걸 '재밌다'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엄청난 흡인력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독자를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하는 대단한 소설. 가슴 깊이 잔잔하게 흘러든 물결이 어느새 거친 소용돌이가 되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민간 조사원 사무실을 차린 전직 경찰 김성환. 그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사라진 동생을 찾아주시오.' 5, 6년 전 홀연히 사라진 여동생이 실종 시효가 만료되어 곧 사망 처리될 예정이라는데... 이게 우연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다. 결혼한 지 고작 1년 된 여동생 앞으로 30억 정도의 생명보험이 가입되어 있던 상황. 보험 수혜자는 그녀의 남편 오두진이다. 성환은 사라진 여인 문미옥을 찾아 조사를 펼치며 생각지 못한 여러 인물을 대면하고,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깊게 드리우는 슬픈 현실에 연민을 느낀다. 안타까운 사건으로 목숨을 끊은 자신의 딸과 너무 닮은 미옥. 미옥에게 자꾸만 투영되는 딸이 모습에 성환은 괴로워하며 딸과의 지난날을 곱씹는다. 우연히 한 팀 아닌 한 팀이 된 보험 사기 조사원 민홍기,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채 세상을 등진 노숙자 청년, 미옥과 깊은 관계였던 한승수, 가장 큰 실마리를 쥐고 꿈적하지 않는 노인...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어느 하나 허투루 페이지를 차지하는 법이 없다. 마치 처음부터 하나로 잘 짜 맞춰진 그 모든 사연이 하나로 맞물려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끝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

 

 

 

 


 

 

 

 

나 역시 어린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미옥의 선택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럴 수밖에 없었냐고 그녀에게 돌을 던질 자는 누구인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더니, 극한의 순간에 미옥을 희생하려 한 그 놈팡이의 추악한 선택을 목격하고 깊은 배신감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홀로 고립된 자신의 쓸쓸한 삶을 '화성'이라 표현한 그들의 심정은 차마 가늠하기조차 어렵지만, 언젠가는 그 긴 터널의 끝에서 꼭 행복을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행방불명된 여인을 찾아 헤매는 스릴러적 요소가 지배적인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따스한 인간미와 절절한 모정, 안타까운 결핍과 가슴 아픈 상실,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잡은 한 줄기 희망 등 다양한 감동 코드를 잘 녹여낸 수작이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눈물을 왈칵 쏟은... 이게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 아쉬워 그들과의 다음을 애타게 갈망하고 기대한다. '미옥 씨, 다시 행복을 찾았나요?'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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