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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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시리즈 09》

글쓴이: 신종원

펴낸곳: 자음과모음

 

 

 

배신감. 제목에 속았다. 『고스트 프리퀀시』. 스타벅스 덕분에 익숙한 '프리퀀시'라는 단어와 유령을 뜻하는 '고스트'의 조합이라 뭔가 으스스한 모험담이 펼쳐질 거라고 홀로 착각했다. 나는 무엇을 원했던 걸까? 1980년대에 개봉한 후, 안방극장을 뜨겁게 했던 <고스트 버스터즈>와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던 걸까? 음... 아마 그런가 보다. 세 개의 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트리플 시리즈>. 1권부터, 9권이 출간된 지금까지 쭉 애정하며 읽고 있는 시리즈인데 이번에는 살짝 힘들었다. 사실, 이 책의 악명(?)은 미리 읽은 책벌레 이웃님들께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겪으니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혼미하다. 이런 소설은 정말 모 아니면 도. 난해하다고 불평 듣거나 광적인 팬이 되거나. 과연 이 책을 읽은 당신의 선택은 어느 쪽일지 궁금하다!

 

 

 

자, 이 첫 문장을 감상해보라! '종족과 형태를 막론하고, 모든 포유류 태아는 생명의 줄기인 옴팔로스로 어머니와 연결된다.' 응?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첫 이야기의 첫 문장부터 난해했지만 그래도 읽다 보니 첫 이야기는 좀 나은 편이다. 손자의 태몽을 꾼 할머니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마그눔오푸스>. 꿈속에서 황금 호랑이로 변한 할머니가 용왕에게 가야 할 비단잉어를 잡고 돌려주지 않는다. 그 후 손자가 태어나고 할머니는 오랜 세월 계속 용왕에게 소환되며 가져간 것을 내놓으라 재촉받는다. 금쪽같은 손자를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노환과 지병으로 시름시름 앓아가던 할머니는 묘책을 짜내 용왕과 타협한다. 문예창작과 입시 실기 과외 이야기로 시작하여, 문창과 재학생 작품집으로 이어지는 <아나톨리아의 눈>. 한 편의 연극 같았던 <고스트 프리퀀시>, 그리고 작가의 가족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운명의 수렴>까지...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중에 어렵게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정지돈 작가의 『야간 경비원의 일기』! 그때 느꼈던 답답한 난해함을 오래간만에 다시 느낀 시간이었다. 분명 매니아 층이 있을 것 같지만, 대중성은 글쎄... 의식의 흐름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쏟아낸 것인지, 아니면 치밀한 계산 하에 작성한 고차원 소설인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은... 네, 제가 읽기엔 머리가 핑글핑글 돌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정성 들여 쓴 글이라는 건 알겠지만, 오롯이 이해하지 못한 독자로서 더는 드릴 말씀이 없네요. 상당히 파격적이고 대범하며 간혹 괴기스럽고 때론 살짝 알겠는 모호한 이야기. <전자 시대의 아리아>란 책도 내셨다는데, 그 작품도 이런 느낌일지 문득 궁금해진다. 언젠가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려나? 『고스트 프리퀀시』, 올해의 가장 난해한 책으로 인정합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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