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글쓴이: 박주경
펴낸 곳: 김영사
수많은 영상이 유혹하는 유튜브란 바다에서 한 번 빠져들면 계속 보게 되는 영상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인의 위대함과 따스함을 칭찬하는 일명 '국뽕 영상'이다. 코로나가 우리 삶을 잠식한 지 어느덧 1년 10개월. 코로나와 함께 새해를 맞이할 생각을 하니 답답함이 앞서는데... 이런 고통스러운 나날에 지치고 피로한 우리에게 위로와 자부심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 그래서 우린 작은 미담에도 눈물 짓고 환호하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아닐까? 오늘은 사건사고 잘 날 없는 보도의 현장에서 삶의 다양한 순간을 목격한 기자, 앵커이자 저널리스트인 박주경 씨의 글을 통해 마음의 불안을 해소하고 치유했다. 고난에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사건들을 담은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이건 뭐... 제목부터 강렬하다.
인간이 인간다울 때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휴머니즘의 순간을 담은 이야기로 책을 연다. 화재 현장에서 지게차로 3명을 구해내고도 '더 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떨군 용감한 시민, 차에 깔린 사람을 구하려 순간적으로 괴력을 발휘한 한국인들, 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품앗이 기질, 피해자의 용기로 세상을 바꾼 이야기. 한층 마음이 달아오르면 이번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울컥하는 이야기가 줄을 선다. '진짜 반성은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란 일침을 가하는 여러 사건. 화마에 황망하게 쓰러져간 소방관들, 재난과 인재로 인해 덧없이 사라진 수백 명의 소중한 목숨. 눈물을 글썽이며 코끝이 찡해지는 이야기는 물론, 세상 의리란 의리는 총동원해 어떻게든 행동에 나서 해결하고 싶은 억울한 이야기, 천벌 받을 인간들 이야기까지... 정말 다이나믹한 보도의 현장이다.

옳은 것은 옳다, 아닌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것은 틀렸다. 정확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모습에 속이 후련한 책이었다. 평화를 위해 중립적인 입장을 자주 취하는 나조차, 어느 한쪽을 정확히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정도였으니... 이 얼마나 속 시원한 일인가. 따스한 인간미에 위로받고 불의한 사건에 의협심을 불태우며 한나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푹 빠지니, 미미하게 감돌았던 코로나 블루와 단조로운 일상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은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맨 단 하나의 그것일지 모른다. 충분히 힘들고 지친 우리, 이제 더는 아프지 말자.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우리 마음속에 타오르는 정의의 불꽃은 여전히 건재하니까.
김영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감명 깊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