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내가 늙어버린 여름
글쓴이: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옮긴이: 양영란
펴낸 곳: 김영사
책을 받자마자 아름다운 표지에 마음을 뺏겼다. 고운 살결 같은 상아색 표지에 홍금 빛깔로 박힌 금박 글씨. 고급스럽고 우아한 표지 디자인에 '늙음'이라는 다소 불편했던 단어가 누그러지는 느낌이랄까? 책 뒤표지에 실린 감상평이 인상 깊어 옮겨 보자면... 『내가 늙어버린 여름』은 모두의 존경을 받는 한 여성학자가 '늙었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깨달은 여름에 대해 '유머가 가미된 보기 드문 성실함'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라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할 찰떡같은 감상평! 노인이 된 그 여름, 아니 자신이 노인이란 걸 깨달은 그 여름 이자벨은 과연 어떤 마음을 늙음을 받아들였을까?
혼자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화려한 싱글인 이자벨은 자신이 늙어버렸단 걸 인정한 순간 고독이 두려워진다. 약하고 닳아버린 자신. 앞으로 다가올 세월에 불안해하는 자신을 발견하다. 이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 자존심 강한 이자벨은 자기 안으로만 움츠러드는 겁 많은 노파가 되지 않을 방법을 고심한다. 평범한 모습으로 찾았던 식당에 한껏 꾸미고 다시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보인 전혀 다른 반응은 사회가 기대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한다. 모두 바라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 세월을 비껴갈 수 있는 사람은 없건만... 당당하던 이자벨마저 지난 몇 해 전부터인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정말이지 자신에게 크게 실망하는 중이라고... 늙어가며 처음으로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자신이 과연 고통과 퇴락 그리고 그에 따른 절망감까지도 감내할 정도로 삶에 애착이 있는지 의심하기도 하는 이자벨. 이런, 늙는 건 정말 서럽다. 하지만 나름대로 반전도 있으니 기대하며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아직 늙어보지 않은 누군가는 이자벨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늙음에 관한 두려움을 털어놓는 이자벨의 태도는 시종일관 당당하고 기품이 있다. 우선, 자신이 늙었단 걸 인정하는 순간 무너져 내리지 않은 것만 해도 이미 여장부가 아닐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과는 도통 거리가 먼 삐걱대는 몸과 바닥을 치는 체력을 생각하면 늙는 건 정말 서럽지만, 마음과 정신만은 늙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늙음 앞에서 당당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려는 오늘의 노력이 절실한 순간이다. 후회 없는 인생이 불가능하다면 '덜' 후회하는 인생을 살도록 노력하자. 멋지게 늙은 이자벨을 통해 막연히 두렵기만 했던 '늙음'을 색다르게 체험했던 시간. 몇십 년 후의 나는 그녀처럼 늙어갈 수 있을까? 중년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김영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깊이 생각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