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지은이: 탁현규
펴낸 곳: 지식서재
실은 무교에 가깝지만, 친숙한 종교를 고르라면 불교에 마음이 기운다. 사찰에서만 풍기는 특유의 고즈넉함과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향과 코끝을 스치는 자연의 싱그러움. 사찰 정원에서 노니는 새들의 지저귐까지. 자연 친화적이다 못해 자연 그 자체인 사찰에 마음을 뺏겨 작든 크든, 유명하든 소박하든 발길 닫는 대로 자주 사찰을 찾는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인 '차안'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너 깨달음의 세계인 '파안'으로 들어서면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주문이 우리를 맞이한다. 두 번째 문은 2명의 금강역사가 지키는 금강문, 그리고 4명의 천왕이 지키는 천왕문을 지나면 비로소 마주하는 전망 좋은 이층집, 루(다락집). 이 책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를 만나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경이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돌다리, 부리부리한 눈매가 더없이 매서워 가슴까지 서늘해지는 거인들, 그리고 전망대 정도로 생각했던 사찰의 모든 것이 이젠 그 이름과 의미, 쓰임과 함께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든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어떻게 사찰의 아름다움을 책으로 담아낼 생각을 했을까? 저자인 탁현규 씨는 우리 옛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데 앞장선 스타 강사로 간송미술관 연구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삼장탱화를 주제로 논문을 쓰기 위해 절을 드나들다가 불교미술에 눈을 떴고 그 다채로운 아름다움에 빠져 지금에 이르렀다. 절에 있는 모든 집과 미술품을 다루진 못했지만 거의 모든 절에서 공통으로 만날 수 있는 집과 미술품은 빼놓지 않고 담으려 했다니 이 책 한 권이면 사찰의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8장으로 구성된 내용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부처가 사는 집' 분량이 거의 140페이지에 달한다. 한국 절의 중심 전각은 대부분 대웅전인데, 대웅이란 석가모니불의 다른 이름이다. 예산 덕숭산 수덕사 대웅전은 1308년에 창건하여 나이가 700년이 넘었다고 하니 현존하는 오랜 사찰의 굳건함에 감사함을 느낀다. 까마득한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갔던 석굴암을 사진으로 다시 만나니 더없이 반가웠다. 10대 제자상, 보현보살, 문수보살, 범천, 제석천, 사천왕상, 금강역사, 팔부중... 석가모니불 외에 이토록 많은 존재가 새겨져 있었다니... 대체 난 뭘 봤던 것인가. 멀지 않은 날 이 책을 들고 석굴암에 가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며 현장 학습하고 싶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내게 탱화와의 만남은 대단히 큰 의미였다. 불교 걸개그림을 뜻하는 탱화는 줄여서 탱이라고도 많이 쓴다고 한다. 어떤 탱화를 보든 늘 부처님 얼굴만 겨우 찾던 까막눈이었는데 이젠 누가 누군지 조금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대웅전은 조선 후기에 석가모니불, 약사불, 아미타불 세 불을 함께 모시는 것으로 확장됐는데 이는 조선 불교의 종합화 현상이다. 대웅전에 왜 부처님 세 분이 계신 건지 궁금했던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이제야 답을 아니 속이 후련하다. 팔상전에 걸려 있다는 팔상탱은 그간 눈여겨보지 않았던 건지, 정말 못 본 건지 더없이 새로웠다. '부처님 일생에서 일어난 8가지 사건'을 담은 탱화. 사진 자료와 함께 전래동화처럼 펼쳐지는 부처의 생애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신비롭고 흥미진진하다. 다음에 사찰에 갈 때는 잊지 않고 꼭 챙겨 봐야지! 큐레이터의 설명에 따라 미술관을 거닐 듯, 즐겁고 알차게 사찰을 거닌 시간이었다. 불교라는 종교와 사찰, 불교 미술이 하나로 어우러져 독보적인 매력을 뽐내는 그 현장을 숨죽여 지켜보며 가슴 벅찬 감동과 더불어 더 알고 싶다는 지식 욕구가 솟아올랐다. 이 책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에는 한 번 읽고 덮어 두기엔 너무 귀한 정보들이 담겨 있으니, 오래도록 곁에 두며 자주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나 또한 그럴 것이기에...!
지식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감탄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