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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ㅣ 트리플 8
최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평점 :

제목: 일주일
《트리플 시리즈 08》
글쓴이: 최진영
펴낸 곳: 자음과모음
하루에도 수백 권의 신간이 쏟아지는 세상. 그중에 과연 몇 명이나 작가라는 이름으로 기억될까? 단 하나의 작품이라도 독자의 가슴에 가닿을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본다. 내게 최진영 작가란 이름 석 자를 또렷이 새겨 준 작품은 <이제야 언니에게>였다. 아마 많은 독자가 그 책을 통해 그녀의 이름을 머릿속에, 가슴속에 새겼으리라.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 다음 주자가 최진영 작가란 걸 안 순간부터 설렜다. 그녀는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소설이면서도 늘 현실 같은 그녀의 글을 읽노라면 어느새 그 이야기의 독자나 청자가 아닌, 화자가 된 듯한 착각과 함께 이야기에 흠뻑 취하게 된다. 그게 바로 최진영 작가의 특별한 기술이자 장점이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란 소설을 읽고 썼다는 단편 <일요일>. 일요일 밤 9시 38분. 고장 난 기계와 함께 홀로 덩그러니 남은 '나'는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기억 속에서 가장 친한 친구 민주와 도우를 떠올린다. 성당 유치원에서 만난 세 사람. 일요일에 미사가 끝나면 늘 함께 놀던 개구쟁이들이 차츰 학년이 올라가며 세 갈래 길로 갈라지게 된다. 외국어고에 간 도우, 일반계고에 간 민주, 특성화고에 간 나. 우정이란 감정으로 유지되는 세 사람의 관계를 세상은 사뭇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엘리트, 평범한 아이, 공부하기 싫어서 취업하는 애. 과연 그럴까? '나'는 그저 일하고 싶고 저축을 하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싶었다. 차를 타서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고 싶었고 그 모든 걸 서른 전에 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한 채, 고장 난 위험한 기계 앞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채 겁에 질려 있다. '나'는 그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인데... 십 대들의 우정과 사랑, 부모님과의 갈등, 자살, 고민 등을 균형 있게 풀어낸 <수요일>, 학교를 자퇴하고 싶어 하는 고1 여학생의 이야기 <금요일>까지, 최진영 작가는 망설이고 고민한 끝에 십 대들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해냈다. 어쩌면 아이들도 몰랐을 그 세세한 감정들을 촘촘하게 담아낸 최진영 작가의 노고에 엄지 척!

일해서 번 돈으로 나의 삶을 사는 것. 그게 나의 꿈이었다.
일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학교 다니는 동안 여러 개의 자격증을 땄다. 나는 그 자격증을 써먹고 싶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일은 점점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일은 나를 하찮은 존재로 만들었다.
트리플 『일주일』, <일요일> p45 중에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멍한 상태로 내가 어떤 글을 읽은 건지 한참 생각해야 했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힘주어 넘겼던 한 장, 한 장. 그 모든 순간 이야기와 하나였던 나였지만, 한순간 외면하고 싶은 현실에 잠시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제일 처음 읽었던 단편 <일요일>의 여파가 상당했다. 세상의 다양한 청소년을 정형화된 틀에 가두는 것만 같아서, 편견과 고정관념을 답습하는 것만 같았고 자신 없었다는 최진영 작가. 고민하던 그녀는 어느새 열다섯의 자신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에게 '지랄맞게 신경질을 냈던' 그 시절.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누구보다 열렬히 자신을 싫어했던 그때. 최진영 작가의 글에 살아 숨 쉬는 그 시절의 우리는 여전히 추억 한 편에 또렷이 자리한 채 미소를 머금고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 채로, 순수하면 순수한 채로 그 순간의 나, 그대로 충분하단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수많은 고민으로 난감해하고 있을 아이들아. 부디 아프지 말자. 이 순간만 지나면, 정말 거짓말 같지만... 이 순간만 지나면, 꼭 웃을 날이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