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 누군가의 딸, 아내, 며느리가 아닌 온전한 나로 서기
정연희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지은이: 정연희

펴낸 곳: 허밍버드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우리 시어머님 정도면 정말 괜찮은 시어머니란 걸 알면서도 시댁의 '시' 자는 극복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명절이면 시작부터 한숨이 새어 나오곤 한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딸로 태어나 아이의 엄마가 되고 며느리 혹은 사위를 맞이하는 삶. 가만히 생각해보니 신기하게도,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했던 젊은 시절 생각들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원래 그런 거야'라고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의 나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그리고 우리 엄마, 우리 딸은 어떤 모습일지 떠올리니 괜스레 코끝이 시큰해진다. 명절을 앞두고 읽은 책에서 잔잔한 위로를 받았다.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55년 차 딸, 26년 차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 그리고 20여 년 차 대학교수로 살아 온 정연희 작가의 지극히 사적이지만, 여자라면 모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지난 삶과 현재를 되돌아보며 딸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하고 픈 말을 담은 이야기이다. 네이트 판에서 댓글 혈투를 벌이게 할 정도로 서운한 시댁 스토리도 담겨 있지만, 신랄한 비판이나 저격성 글이 아닌 며느리로 살아가며 피할 수 없는 시댁과의 갈등을 요목조목 풀어놓은 경험담이다. 고집 세고 자기주장 강한 작가는 결혼해서 7년을 시부모님께 말대답 한번 없이 살았다고 한다. 이 모든 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 든든한 믿음을 등에 업고 그녀는 원하던 꿈을 향해 유학하고 공부하며 지금의 위치에 이를 수 있었다. 아이 낳은 지 한 달 만에 병든 시아버지 병수발한 이야기에서는 내 손목이 아리고 무릎이 시끈거렸다. 분명 서운할 법도 하건만, 작가는 시댁 이야기 끝에 시어머니의 지난 잔소리들을 돌이켜보니 며느리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자신이 그 부분은 외면한 채 다른 소리만 마음에 담아 두었었노라 고백하며 이젠 시어머니의 사랑을 안다고 적는다. 이 모든 이야기는 시댁을 흉보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딸 만큼은 엄마의 삶에서 힘들었던 부분을 닮지 말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쓴 것임을 알기에 엄마의 절절한 사랑이 느끼며, 부족한 딸인 나는 눈시울을 붉혔다.

 

 

 


 

 

 

딸아,

너는 너를 최우선으로 두는, 너를 최고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기 바란다.

더 큰 자유와 더 넓은 세상과 더 평등한 세상을 위해

엄마인 나를 할 수 있는 한 힘껏 외면하고 부정하렴.

그리고 너의 새로운 세상을 힘차게 살아가렴.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p134 중에서...

 

 

 

 시댁 이야기가 끝나고 이어진, 친정 이야기에서는 더 마음이 찡하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 힘겹게 온 식구를 건사했던 어머니. 오빠와 남동생의 등에 치여 서운한 일 많았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급하게 찾아온 이별... 이 모든 이야기 끝에 가장 처음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일찌감치 결혼하겠다는 딸을 향한 아쉬움, 상견례 자리에서 딸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겠다던 예비 사돈의 말이 내내 가슴에 걸려 시름시름 아프기까지 했다는 엄마의 마음. 결국, 엄마란 삶의 중심엔 그 누구도 아닌 자식이 있다. 할머니에게서 엄마로, 엄마에게서 딸로 이어져 내려온 이 절절한 내리사랑은 그다음 세대로 또 이어져 가슴을 뭉클하게 하겠지. '누구의 딸, 아내, 며느리, 엄마가 아닌 네 이름으로 살아가라'는 엄마의 진심에 가슴이 먹먹했던 시간이었다. 명절 전후로 읽으면 더 큰 위로와 감동을 줄 엄마의 응원. 며느리이자 엄마이기에 앞서 우리 역시 부모님의 귀한 딸이었음을,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 든든한 내 편이 있음을 다시 깨닫게 해준 멋진 에세이였다. 먼 훗날, 나도 내 딸에게 이런 사랑 가득한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다.

 

 

허밍버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공감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