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끝까지 쓰는 용기
글: 정여울 / 그림: 이내
펴낸 곳: 김영사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은 언제나 반갑다. 이 마음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만난 외삼촌 손에 들려 있던 과자 종합 선물 세트,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간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여있던 선물, 장갑 낀 손이 얼얼할 정도로 차디찬 눈을 한 움큼 집어 빙수처럼 꿀꺽했던 순간. 이제는 빛바랜 사진첩의 한 장면이 된 행복한 추억들. 그 순간의 소박한 기쁨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인생일지 모른다. 어른이 될수록 점점 재밌는 것도 신기한 것도 사라져 세월이 빨리 흘러간다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만으로 천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여기서 꿀팁 하나! 당연한 말이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많을수록 행복한 순간을 자주 찾아온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하는 작가는 많아진다. 평소엔 말이 별로 없는 내가 이렇게나 설레며 병아리처럼 조잘거린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그녀, 정여울 덕분이다. 가벼운 우울감마저 돌이켜보면 아름다웠던 가슴 시린 청춘과 어느 순간 마흔이란 나이에 닿아 한 뼘 더 성장하고 때로는 빈센트 반 고흐와 헤르만 헤세를 진하게 탐닉하며 내 가슴을 톡톡 두드렸던 그녀가 이번엔 작가로서의 삶과 글쓰기에 관해 수줍게 고백한다.
들어가는 글부터 진하다. '글을 쓰는 동안 온전히 나 자신에게 푹 빠져보세요.' 모든 걱정을 떨쳐내고 지금 쓰는 바로 그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글임을 믿으란다. 글을 쓰는 순간만은 온전히 자신과 사랑에 빠질 것. 어찌 보며 어렵고 어찌 보면 참 쉬운 글쓰기엔 역시 약간의 자뻑과 풍부한 감성이 필요한 듯하다. 일단 한 줄이라도 완성하면 글쓰기는 시작된다. 끝을 내지 못해 실망하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오늘 남긴 미완성의 메모는 언젠가 또 다른 짝을 만나 하나로 완성될 테니까. 글쓰기는 끝내 기쁨은 선사하지만, 중간에 고통과 슬픔의 사막을 숨겨놓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정여울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의 3S는? Story(스토리) + Sensitive(센시티브) + Stock (스톡). 어휘력은 많은 단어를 암기하는 능력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딱 맞게 단어를 배치하는 힘이다. 어휘력을 늘리려면 언어를 뛰어넘어 사유해야 한다. 정여울 작가가 서평을 쓰는 팁은? 책을 읽고 나서 기존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관해 쓴다. 그리고... 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지만, 그건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덮어두기로...

내 안의 오랜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바로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은 내 안의 또 다른 나, 더 눈부신 나'와 만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글쓰기야말로 지금 우리가 당장 이룰 수 있는 오랜 꿈의 실현법입니다.
정여울, 『끝까지 쓰는 용기』 p123중에서...
'책 때문에 피곤하면서도 또 책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글귀에 웃음이 터졌다. 책 때문에 피곤한 이유가 살짝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나도 책 때문에 피곤한 사람이니까. 허덕이면서도 절대 놓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 책. 『끝까지 쓰는 용기』는 분명 글쓰기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지만, 정여울 작가의 여느 책들처럼 오직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진 않는다. 워낙 글쓰기 스펙트럼이 광범위한 작가이기도 하거니와 관심 있는 분야도 많은 그녀의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퐁퐁 솟는 아이디어로 언제나 독자를 즐겁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글쎄. 그 대답은 당신에게 달렸다. 그 대답을 가슴에 품고 있던 나는... 글을 끝맺을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첫 문장은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용기를 내어본다. 나만의 글을 쓴다는 막연한 동경과 두려움 사이에서 머뭇거렸지만, 좋아하는 정여울 작가의 따스한 응원을 발판 삼아 슬그머니 도약을 꿈꾼다. 누군가를 마침내 움직이게 하는 힘, 이게 바로 정여울 작가의 보석 같은 능력이다. 뼈를 깎는 고통에 비유할 정도로 때론 고생스러운 글쓰기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이기적으로 그녀의 다음 신간을 얼른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김영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깊이 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