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 황교익의 일과 인생을 건너가는 법
황교익 지음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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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글쓴이: 황교익

펴낸 곳: 김영사

 

 

 <수요미식회>와 <알쓸신잡>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간 황교익 칼럼니스트. 방송에서 그를 처음 봤던 순간이 정확히 떠오르진 않지만, '저 사람은 누구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그의 모습에 음식에 관해 잘 아는 방송인인가 보다 오해 아닌 오해를 했었다.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이렇게 무섭다. 그저 맛집 평론가 정도로 생각했던 그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책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그 오해는 영원히 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황교익 = 음식, 이라는 공식 때문에 음식을 주제로 한 팔도 식도락이 펼쳐지지 않을까 잠시 상상했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그의 인생 철학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었다. '맛 칼럼니스트'라는 범상치 않은 직업을 가진 그이기에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정확히는 어떻게 맛칼럼니스트가 되었을까 궁금했다. 근데 웬걸, 글을 어찌나 맛깔나게 쓰시는지 펼친 순간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내달렸다. 몽돌해수욕장에 있는 둥근 돌처럼 둥글둥글 막힘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예상외로 정말 재밌었다.

 

 

 

 '어떻게 먹고 살까'라는 세속적 걱정만으로 벅차다는 그는 참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집안이 잠시 유복했지만 가난을 면치 못했던 학창 시절,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당시 거리에 즐비했던 거지, 후에 노숙자로 이어지는 전개가 상당히 매끄러워 안성맞춤으로 짜 넣은 듯 쏙 빠져든다. 돈이 없어 거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단절된 자가 거지라고 하니,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매사 옳은 선택을 하자. 보통의 머리로 먹고사는 법을 설파하는 부분에서는 시크함을 넘어서 이 정도면 득도의 경지가 아닌가 싶을 만큼 시원시원하다. 수재와 경쟁하지 마라. 피곤하기만 할 뿐 이길 수가 없다. 보통의 머리를 달고 사는 사람 속에서 조금만 잘하면 된다. 1등만이 살길인 양 늘 아등바등하는 현대인에겐 정말 파격적인 처세술이 아닐 수 없다. 넓게 보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있으니 겁내지 말고 그 길로 갈 것. 부모님이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게 정답이라니. 툭툭 던지는 단정적인 한 마디들이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 자꾸 고개를 끄덕끄덕. 자신의 구질구질한 생존기라고 하더니, 구질구질하기는커녕 흥미롭고 더 나아가 짜릿하기까지 하다.

 

 

 

 미술 기자 채용에서 최종 탈락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농민 신문사에서 12년을 일하기까지, 그는 편안한 삶에 안주하지 않았다. 국어 문법 교과서 1년이면 평생 글쓰기의 기본을 다질 수 있다는데 과연 그걸 실천할 사람이 있을까? (가능하다면 내가 해보고 싶다.) 일본 서점에 즐비하게 깔린 음식책을 보며 한국의 가까운 미래를 알아본 그는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지혜로운 개척자였음이 틀림없다. 어떤 위치에 있든 그 순간에 필요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올라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정치 성향이 어떻든, 그 사람의 소신과 의견이 일치하지 아닌지를 떠나 그냥 그의 인생만 놓고 보면 인생을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라며 또 다른 길에 눈을 뜨게 된다. 어설픈 위로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따끔한 충고와 자신이 경험한 괜찮은 생존술을 뚝 던져주는 인생 선배이자 사수.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문장에 반해 대체 이 글의 매력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마지막 마침표를 만나고 나서야 이게 그가 말한 '몰입'임을 깨달았다. 오늘도 고생한 이 시대의 청춘과 중년에게 권하고 싶은 책!

 

 

김영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몰입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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