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 틴더 유 ㅣ 트리플 7
정대건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제목: 아이 틴더 유
《트리플 시리즈 7》
글쓴이: 정대건
펴낸 곳: 자음과모음
첫정이라는 건 상당히 무섭다. 뭐든지 처음 시작한 일은 쉽게 포기할 수 없고, 처음 맺은 인연은 어떻게든 잘 이어가고 싶다. 내겐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가 그렇다. 지난 2월부터 한 달에 한 권씩, 차곡차곡 독자와 신뢰를 쌓으며 성장하는 트리플 시리즈. 3개의 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를 만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책. 통통 리드미컬하게 책장을 넘기며 책 속에 빠져 들면 적어도 한 시간은 누군가의 인생에 푹 빠져드는데, 잠시 현실을 잊고 오롯이 새로움에 취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참 좋다. 트리플 시리즈의 일곱 번째 주인공은 은행나무 출판사의 『GV 빌런 고태경』으로 화제를 모았던 정대건 작가다.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자신의 일부를 잘 녹여낸 『아이 틴더 유』. 담백하면서도 쌉싸름하고, 쓸쓸하면서도 이런 게 인생이지 싶은 참 묘한 분위기를 폴폴 풍기는 책이다.
'틴더'라는 데이트 앱으로 만난 호와 솔. 어쩌면...이란 희망을 품고 진지한 관계를 꿈꾸는 순진한 남자 호. 진지한 만남보다는 자유롭고 가벼운 관계를 원하는 솔. 말이 제법 잘 통했던 두 사람은 처음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동침한다. 그들에게 다음이 있을까? 그렇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런 관계로 이어진 두 사람은 동네 친구로 제법 가깝게 지내다가 자연스레 멀어진다. 대체 불가능한 스페어에서 그저 알던 사람이 됐다고 할까? 돌이켜보면,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인연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지. 10년 전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주목받았지만, 안타깝게 그걸로 끝이었던 승주는 독립영화 기획전에 초청받아 어머니와 뜻밖의 1박 2일 부산 여행길에 오른다. 마침 부산에서 지내고 있던 전부인 민주와의 만남과 지난 추억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만감이 교차하는데... 새싹처럼 움텄다가 푸른 여름을 지나, 어느 가을 바짝 말라 부서지는 낙엽처럼 예고 없이 시들어 버린 사랑. 다소 일방적이었던 그 이별도, 악감정 없이 편하게 서로를 마주하는 그 담담함도 내겐 뭔가 새로웠다. 불쑥 연락해 만날 약속을 잡고 여행까지 가는 애매한 남녀, 서아와 영선.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떠나,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는 과정이 참 순탄치 않음을 느끼게 한 그들이었다.

정대건 작가가 『아이 틴더 유』에 담아낸 청춘들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쓸쓸하다. 그린 라이트인가 싶었다가 일방통행이었음을 깨닫기도 하고, 갑자기 더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상대가 떠나기도 한다. 뭐 이런 개떡 같은 경우가! 한데 이런 상황들이 불편하거나 낯설지 않다.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이야기. 그럼에도 정대건 작가가 숨을 불어넣은 인물들이 특별한 건, 그들만이 내뿜는 특유의 담담함 덕분이다. 담담함에서 좀 더 발전하여 때론 담백하기까지 한 이들의 관계는 울며 가랑이를 붙잡는 사람도 데이트 폭력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범죄자도 없이 편안하게 흘러간다. 가시에 찔린 듯 따끔한 순간도 있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털어낼 수 있는 '괜찮음'. 그 덕분에 청춘들은 쓸쓸함을 넘어 괜찮은 오늘을 살아간다. 내일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고 해도, 그 역시 괜찮다. 그들은 또 담담하고 담백하게 내일을 살아낼 테니까.
자음과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재밌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