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죄의 궤적 1~2 - 전2권
오쿠다 히데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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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의 궤적

글쓴이: 오쿠다 히데오

옮긴 이: 송태욱

펴낸 곳: 은행나무

 

 

 

 오쿠다 히데오가 돌아왔다. 대학생과 사회인이라는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늘 불안했던 시절, 그의 책을 참 많이 읽었다. 괴상한 이라부 박사와 여러 환자가 펼치는 황당하고 웃긴 코미디 <공중그네>, 그 후속편인 <인 더 풀>과 <면장선거>, 기존 작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신을 꾀했던 <남쪽으로 튀어>, 다양한 인물의 인생을 재밌게 엿본 <오 해피 데이>까지. 사회에서 자리 잡는 동안엔 일이 고되어 책을 읽기 힘들었다. 잠시일 줄 알았지만, 꽤 오래 이어진 책과의 이별. 본격적으로 다시 책을 읽게 된 후, 드디어 오쿠다 히데오를 만났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재회인가! 한 입 베어 물어 움푹 파인 사과처럼 그의 작품 목록에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여럿이지만, 그 간극을 단번에 메울 만큼 이번 소설은 대단했다. 1963년에 발생한 요시노무 유괴 사건을 모티브로 쓴 『죄의 궤적』. 58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작가는 단숨에 우리를 그 시절 그때로 빨아들인다. 치밀한 사전 조사와 함께 3년에 걸쳐 집필한 이야기. 손끝으로 저릿하게 전해지는 생생함! 덕분에 장면이 전환되는 시시각각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레분토라는 작은 섬에서 다시마를 채취하며 고된 삶을 살아가는 우노 간지. 그는 곧 도쿄로 갈 예정이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방금 전 일도 잃어버리는 통에 늘 바보 취급당하며 살았지만, 그에겐 뜻밖의 못된 기술이 있다. 죄의식 없이 벌이는 빈집털이. 도쿄로 가기 전, 못된 동료의 협박에 등 떠밀리듯 크게 한탕 벌인 간지는 속임수에 빠져 죽을 뻔하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얼마 후 경시청 소속 형사 오치아이 마사오의 관할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비싼 시계와 희귀한 인도 금화가 사라진 거로 보아 강도의 소행으로 추정.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빈집털이 사건을 주목하며 마사오는 조사를 이어간다. 산야에서 엄마를 도와 여관을 운영하는 마치이 미키코는 야쿠자 끄나풀 노릇이나 하며 껄렁껄렁하게 돌아다니는 남동생 아키오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정 많고 의리라면 죽고 못 사는 아키오가 간지와 엮이며 곤혹을 치르자 긴장감이 고조되는데... 곧이어 벌어진 호스티스 살해사건과 유괴 사건. 다양한 정황이 간지가 범인임을 암시하지만, 과연 간지가 그 모든 사건의 범인일까? 그렇다면 그는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을까?

 

 

 


 

 

 

 간지와 주변 인물이 겪는 우여곡절을 다루며 천천히 달아오른 1권도 재밌었지만, 진실을 향해 전력 질주한 2권은 어마어마한 몰입감을 선사하여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이 말이 옳다고 볼 수는 없어도 간지의 삶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심각한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범죄자가 저지른 죄는 그만의 몫일까? 가장 큰 잘못은 죄를 지은 자에게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 사람이 범죄자로 전락하기까지의 여러 요인을 다루며 우리가 한 번쯤 고심해보아야 할 화두를 던진다. 날아오른 파리 한 마리도 존재의 이유가 있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처럼, 오쿠다 히데오가 소설 곳곳에 배치한 이야기와 인물의 심리 묘사는 덜어낼 것도, 더할 것도 없이 완벽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실화보다 더 실화처럼 써낸 이야기랄까? 오랜만에 만난 작가의 눈부신 발전에 놀라며 감탄했던 시간. 일본에서 출간된 지 7년 만에 한국에서 빛을 본 이 소설은 오랜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다.

 

 

 

 

은행나무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아

몰입하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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