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살로 읽는 세계사 - 중세 유럽의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 ㅣ 테마로 읽는 역사 5
엘리너 허먼 지음, 솝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평점 :
제목: 독살로 읽는 세계사
지은이: 엘리너 허먼
옮긴 이: 솝희
펴낸 곳: 현대지성
권력과 사랑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세계사. 질투가 불러온 비극으로 피바람이 불기도 하고, 치정 관계로 인해 한 나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파란만장한 세계사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묘미가 바로 독살이다. 독으로 사람을 죽인다니 생각만 해도 잔혹하고 끔찍하지만, 오래전부터 벌어진 이 은밀한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그동안 놓쳤던 역사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독살 스캔들의 전모를 밝히는 흥미로운 역사책 『독살로 읽는 세계사』. 독을 잔뜩 품은 독사와 여러 독초 및 열매, 곤충과 더불어 핏빛 음각으로 새긴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 가슴이 서늘해진다.
아름답고 웅장한 프랑스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다. 옷을 더럽히지 않고 뒷일을 처리할 목적으로 발달한 게 하이힐이란 사실을 알고 어찌나 속이 울렁거리던지. 이 책에서 만난 호화로운 궁전 역시 상당히 비위생적이었지만, 한층 더 위험한 독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음식은 물론 식탁부터 속옷, 의자까지 안전한 게 없었던 왕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대체 왕족은 어떻게 살았을까? 모든 음식, 심지어 물 한 모금까지도 감별사가 맛본 후 먹었다는 왕실 일화를 읽다 보니... 이거 결국 왕족들은 남이 먹던 것만 먹은 거잖아? 산해진미를 눈앞에 두고도 입맛을 다시는 한편 두려움에 떨었을 그들을 생각하니 안쓰러우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유럽에 매독이 성했했던 16세기엔 뜨거운 인두로 환자의 몸에서 난 독성 있는 체액을 지지려 했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게다가 성기에 난 상처를 수은 연고로 치료했다고? 그 시절 사람들은 정말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구나. 왕도 왕이지만 수많은 음해 세력에 의해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죽어간 왕실의 여인들은 또 어찌나 애처로운지! 감옥에서 나온 후 그림을 되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났다가 목적지에서 비명횡사한 비운의 화가 카라바조의 사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납중독까지 앓았던 것으로 보아 한순간도 몸이 성하지 않았을 듯하다.
자연사로 위장하기 쉽고 범인을 색출하기도 어려워 누군가를 해칠 때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독. 한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알고 나니 우리가 독살 혹은 암살이라 믿었던 일부 사건들은 진실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본인도 몰랐을 사인이 현대 의학으로도 미지수라면 얼마나 답답할 노릇인지. 독을 감별할 수 있는 유니콘의 뿔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큰돈에 사들인 우둔함과 중금속인 줄도 모르고 예뻐지겠다는 열의로 열심히 화장품을 바른 무지함에 탄식에 또 탄식.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돌팔이 의사들의 기상천외한 치료법까지 (아니, 변비에 쥐똥을 먹으라뇨?) 지루할 순간 없이 즐겁게 달린 세계사 여행이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이라며 책날개에 소개된 <미스터리 세계사>와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에도 관심이 생길 만큼 현대지성 출판사의 『독살로 읽는 세계사』는 매력적!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