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프닝 건너뛰기 ㅣ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평점 :

제목: 오프닝 건너뛰기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글쓴이: 은모든
펴낸 곳: 자음과모음
한국 단편소설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모토로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야심 차게 기획한 《트리플 시리즈》! 박서련 작가의 『호르몬이 그랬어』를 이은 두 번째 주자는 은모든 작가의 『오프닝 건너뛰기』다. 은모든 작가는 워낙 단편 소설의 강자이기에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설레는 인물! 이 책엔 3편의 단편 소설과 1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오프닝 건너뛰기, 쾌적한 한 잔, 앙코르, 공명을 위한 온도와 속도' 이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이야기를 작은 책 한 권에 담아 함께 즐길 수 있다니 즐겁도다!
『오프닝 건너뛰기』는 우리 주변에 있는 다양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책 제목과 같은 '오프닝 건너뛰기'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한 집 살림을 시작한 수미와 경호가 등장한다. 남과 남으로 살다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난감한 상황을 비롯하여 이혼한 후 연애 중인 친한 언니, 과거 직장 동료 등 우리 주변에도 꼭 있을 법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현실감 상승! 두 번째 단편 '쾌적한 한 잔'은 성 정체성의 혼란으로 힘겨워하는 청년의 이야기다. 같은 성향을 가진 친구의 연애, 자신의 성향을 모르는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힘겹게 이어갔던 두 번의 연애담 등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은근히 궁금한 그의 한 시절이 담겨 있다. 세 번째 단편 '앙코르'는 가장 재밌었다. 캄보디아라는 낯선 땅에서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두 여자, 세영과 가람. 덥고 습한 날씨 속에 관광을 즐기며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신선하게 다가왔다.
코로나로 인해 누군가와의 만남은 줄었지만,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진 않은 상황. 결국 우리는 사람 때문에 울고 웃는 사회적 동물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은모든 작가가 전하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너와 나, 우리 누구에게나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오프닝 건너뛰기'에 짙게 깔려 있는 코로나의 생활상을 보면서 훗날 '아, 이때는 정말 그랬지'라고 추억할 날이 올까? 사람이 그리운 요즘, 은모든 작가가 그려낸 밍밍하고 불편한, 따스하고 포근한, 때론 설레고 애틋한 여러 관계는 그리운 우리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