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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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홍승은

펴낸 곳: 어크로스

 

 

 

 까만 밤, 오롯이 나를 비추는 따스한 빛깔의 조명. 창밖에선 마치 꿈속에 등장하는 듯한 예쁜 꽃사슴이 다가와 고개를 쑥 들이민다. 영혼의 울림이 통한 걸까? 잔잔하게 퍼지는 풀잎 향에 취한 깊은 밤, 사슴은 내 곁에 머물고 나는 사슴을 그린다. 가만히 지켜보면 뭉클해지는 감성 가득한 표지에서 나는 수많은 보고 싶은 얼굴을 떠올렸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란 이 책의 제목도 내 마음을 두드렸지만, 실은 홍승은 작가란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게 한 책은 전작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였다. 강렬한 제목이 뇌리에 박혀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내심 궁금했던 시간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는 글쓰기 책이면서도 아니다. 글을 잘 쓰는 기술이나 유명한 작가의 명문장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간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살짝 경고하자면, 누군가에겐 불편한 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글을 쓴 작가의 진심을, 그리고 우리가 가슴 깊은 곳에 억눌러 왔던 감정이 치솟음을 느낀다. 이런 글쓰기 책도 있을 수 있구나 싶은 낯설지만, 굉장히 독특하고 특별한 아우라가 있는 책.

 

 

 

홍 작가는 쓰는 과정을 통해 배웠노라 말한다. 사람은 몇 가지 키워드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존재라는 사실을. 우리의 존재는 세상 어떤 도덕과 규율보다 고유하며 자신은 우리의 존재를 믿는다는 소박한 진심이 담긴 응원을 보낸다. 출석 횟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발길을 끊어야 했던 몇 번의 글쓰기 수업 경험도 가감 없이 전한다. 등단과 인기작을 향한 글쓰기가 아닌 내 가슴에 담긴 이야기를 글로 담아내는 과정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 '고통 자체도 상처이지만, 고통을 말하는 것은 그보다 더 큰 상처다.'와 같은 수첩에 고이 적어둔 글귀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좋은 글에는 정답이 아니라 좋은 질문이 담겨 있다는 말은 과연 지금까지 내가 썼던 글이 좋은 글인가 고민하게 하지만, 홍 작가라면 아마도 내 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귀하게 여겨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말을 토해내는 게 쓰기라면, 그 어렵게 토해낸 말을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고, 그 사람은 내가 아니므로.

 

 

 


 

 

 

욕심에 비해 빈약해 보이기만 하는 내 사유와 문장들.

무한 반복하는 좌절과 읽기와 쓰기의 굴레 속에서

차곡차곡 해나가는 힘을 기르고 싶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p268 중에서...

 

 

 

 이 책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북돋는 책이다. 글의 주제가 사생활과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는 기존의 편견과는 달리, 나만의 사연을 글로 담아내는 특별한 과정.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망설임이 없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해서 이렇게까지 다 말해도 되나 싶었던 나의 편견이 그녀의 진심과 맞닿아 마침내 녹아내리는 순간 10년 묵은 체증이 뻥 뚫리는 듯한 후련함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조금은 서툰 날것일지라도,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마음을 먹기까지 힘든 그 일을 씩씩하게 해낸 선배가 후배들에게 내민 따스한 손. 홍 선배의 그 따스한 손을 덥석 잡으니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은 먹먹하게 차오른다. 이제야 나는 알 것 같다. 비로소 내 진짜 이야기를 글로 담아낼 수 있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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