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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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금부터의 내일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글쓴이: 하라 료

옮긴이: 문승준

펴낸 곳: 비채

일본 소설을 선택할 때,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시는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주기적으로 탐독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밥만 먹고는 살 수 없는 법!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새롭고 짜릿한 작품을 찾아 헤맬 때, 어두운 망망대해에서 한 줄기 등불처럼 우리를 이끌어줄 좌표가 있다면? 그건 바로 나오키상! 그 상을 거머쥔 작품이나 그 시리즈 혹은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면, 약간의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늘 중간 이상의 수작이라고 믿고 읽어도 좋다. 추리 소설이 상당히 읽고 싶었던 어느 오후, 바람처럼 나타난 탐정 사와자키. 『내가 죽인 소녀』 란 작품으로 나오키상을 받은 이 유명한 시리즈를 최신간인 『지금부터의 내일』로 만나게 되었다. 50대에 접어든 외로운 탐정 사와자키가 이번엔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될까?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 간판을 보고 들어온 의뢰인에게 자신을 사와자키라 소개하는 주인공은 늘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동업자였던 와타나베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무덤은 나오지만, 정말 죽은 것인지는 모호한...), 사와자키는 사무소의 이름을 바꾸지 않은 채 계속 탐정 영업을 이어가는 중. 유명한 저축은행의 지점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의뢰인 모치즈키 고이치는 대출 예정 고객인 아카사카 요정 여주인의 사생활 조사를 부탁한다. 의뢰 비용은 30만 엔. 사와자키는 즉시 조사에 착수하지만, 여주인이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황한다. 설상가상으로 의뢰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 사와자키는 할 수 없이 의뢰인의 근무처인 은행으로 찾아가는데, 어라? 2인조 무장 강도가 총을 들고 은행을 털러 나타난다. 생사를 오가는 긴급한 상황에서 은행 직원과 한 잘생긴 청년의 현명한 대처로 위기를 무사히 모면한 사와자키. 하지만 경찰이 확인차 열어본 금고에서 은행이 보유할 수 없는 액수의 큰돈이 발견되고 모치즈키 지점장이 실종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다. 지점장의 자택 욕조에서 발견된 누군가의 시신. 사와자키 탐정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냐고 묻는 잘생긴 청년 가이즈의 폭탄 발언.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는 새로운 사건과 뜻밖의 인물 관계. 과연 사와자키는 의뢰인인 지점장을 무사히 찾아내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423페이지의 장편 소설이지만, 44장으로 잘게 쪼개 빠르게 전개하는 이야기. 다음 장에서는 또 어떤 진실이 밝혀질지 궁금한 마음에 '조금만 더 읽어 보자'라는 마음으로 책을 오래도록 손에 붙잡고 있었다. 미칠 듯이 소름 돋는 반전은 없었지만, 잔잔한 반전과 치밀한 전개로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진진했던 소설. 등장인물이 많아 조금 헷갈릴 때면 책 앞에 실린 등장인물 설명 페이지가 도움이 되었다. 사와자키의 현재 근황을 알게 되니 지난 세월,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슬그머니 궁금해진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내가 죽인 소녀>, <안녕, 긴 잠이여>, <천사들의 탐정>,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앞서 출간된 5권의 책에 담겨 있을 사와자키의 과거로 차근차근 역주행을 시작할 것 같은 예감. 큰 지진을 겪은 후, 사와자키는 담배를 입에 물고 말한다.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살았구나! 사와자키의 건재함을 확인한 강렬했던 마지막 장면. 그건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약속이겠지? 『지금부터의 내일』이라는 제목처럼 이어질 그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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