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SF #2
정세랑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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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의 SF #2

글쓴이: 정세랑, 전혜진, 박문영, 이지용, 이다혜, 최지혜, 정소연, 문이소,고호관, 김혜진, 손지상, 황모과, 배명훈, 유만선, 이은희, 송경아, 문지혁, 김상효, 황성식, 듀나

펴낸 곳: 아르테




SF라면 약간 심드렁했던 나와 같은 독자들은 이 잡지를 펴는 순간 뜨끔하게 될 거다. 국내 유일의 SF 무크지 『오늘의 SF #2』. <보건교사 안은영>을 비롯한 다수의 흥미로운 작품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정세랑의 인트로는 송곳처럼 따끔하다. 'SF 작가들은 반 이상의 리뷰가 "SF는 싫어하지만..."으로 시작하는 것에 유감을 가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네, 그렇습니다! 'SF를 싫어하지만...', 'SF에는 그다지 관심 없지만...'으로 리뷰를 시작했던 1인이 바로 접니다. 취향의 문제라고는 하나, 절로 고개가 수그러지는 일침에 정신을 차린 나는 이번 기회에 SF라는 신비로운 장르와 좀 친해져 보기로 했다. 그녀의 말처럼 나는 사실 SF를 싫어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정세랑 작가의 강렬한 인트로를 지나, 에세이와 크리틱 그리고 인터뷰를 넘어서면 검은 종이에 하얀 글씨로 인쇄된 SF 단편과 중편 소설이 등장한다. 살면서 '수진'이란 사람을 여섯 명 만났다는 미정. 그녀가 복제 인간 클론의 판매 영업에 뛰어드는 <수진>, 편안한 임종이라는 소재로 감동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토록 좋은 날, 오늘의 주인공은>, 불규칙적으로 숫자를 입력하는 끔찍한 삶에 처한 남자의 이야기 <0에서 9까지>, 인류의 쓰라린 종말을 간접 체험한 <프레퍼>, 내가 생각했던 SF 장르와 가장 유사했던 <인터디펜던트 바로크>, 배에서 태어난 소녀의 신비로운 인생을 찬찬히 함께했던 <스위트 솔티>, 이것은 용비어천가인가, 청산별곡인가! 시조를 읊듯 운율이 살아있는 <임시 조종사>. 7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또 다른 인터뷰와 칼럼 그리고 리뷰가 이어진다. SF 장르의 선두주자들이 SF라는 장르에 관해 다양한 형식으로 논하는 글을 읽다 보니 슬그머니 이런 마음이 생긴다. 'SF라는 장르, 제법 재밌을지도?!'










모르는 사람 많은 유명인이라는 듀나 작가는 '소재만큼이나 소재를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라고 SF를 이해하며 끊임없이 자기 세계에 관한 사고 영역을 넓혀가는 SF 소설 장인이다. 김창규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SF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 전혜진 작가의 말에 따르면 '한국은 SF의 불모지'라는 말이 무색하다. 한국 SF 소설은 1920년대에 시작하여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창작이 이루어졌다는데, 아니 대체 누가 SF의 역사가 짧다는 거야? 아는 듯하면서도 전혀 아는 게 없었던 알쏭달쏭 신비로운 SF의 세계. 우주 식민지와 외계인이 등장해야 SF인 줄 알았던 나의 무지함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뭐든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법! (물론 알면 알수록 정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만...).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자네, SF 소설 한번 읽어보겠나?'...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Yes!'. 『오늘의 SF #2』 덕분에 SF와 나는 오늘부터 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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