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일상에 도착했다 - 일상의 든든한 힘이 되는 여행의 순간들
김송은 지음 / 컴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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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침내 일상에 도착했다

지은이: 김송은

펴낸 곳: 컴인 / 한스미디어




하루하루 반복되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이 지겨워지는 순간이 있다. 학교 - 집, 혹은 회사 - 집, 혹은 엄마를 슈퍼우먼으로 만드는 독박 육아. '힘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내일 떠오를 태양에 어떤 감흥도 느낄 수 없다면 그땐 어디로든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마음 놓고 떠날 수 없는 우리의 현실! 그렇다면 모래밭 같은 헛헛한 마음을 여행 에세이로 촉촉하게 채워보는 건 어떨까? 한스미디어 출판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컴인'에서 출간한 신작 『마침내 일상에 도착했다』. 중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하는 김송은 작가가 2013년에서 2019년까지 드나들었던 여덟 곳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며 평범했던 일상의 한 자락을 조금은 특별하게 채워보았다. 일상에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여행의 순간들. 몰래 훔쳐보며 공유한 그녀의 소중한 추억은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때론 뭉클하다.





낯선 지명과 풍경, 내게는 언어마저 낯선 그곳에서 그녀는 어떤 나날을 보냈을까?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고 싶어 고생하며 간 머나먼 산에서 뜻밖에 별다른 것 없는 일상을 마주하기도 하고 수허구전이란 곳에서는 기념품 하나 사지 않고 버티다가 후회하기도 한다. 그 대목에서 홍콩 여행 때, TWG 홍차 티룸에서 차 한 잔을 즐기지 못하고 잎차만 사서 돌아왔던 내 모습이 떠올라 헛웃음이 났다. 인생에서 '다음'이란 카드는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는다. 무조건 그 순간을 즐기자! 사랑했던 이와 헤어진 후, 괜찮은 줄 알았지만 티베트 메이리쉐산에서 눈물이 펑펑 터져버렸다는 추억 한 조각에 내 마음도 욱신. 그렇게 하염없이 울고난 그녀는 조금 후련해졌을까? 광저우에 있는 '재앙을 막아주는 나무' 시예롱, 그녀가 멋진 차를 대접받은 샤먼, 1g에 130만 원 정도 한다는 다홍파오, 인심이 후하여 무지막지하게 푸짐한 양의 음식을 준다는 시안 등등,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은 부러운 추억이 한가득하다. 특히 '차'에 관심이 많은 내게 중국차에 관한 이야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단 이것저것 마셔보며 자기한테 맞는 차를 찾고, 그 차가 어떤 환경에서 나고,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어떤 차가 귀한 건지 알아가는 것으로 접근하라는 차 전문가의 조언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떠날 생각에 자꾸만 속이 상했다.

언제 떠나면 좋을지 도무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충분하다'는 건 모든 것을 다 해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욕심을 버려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단어라는 걸 그때 알았다." - p157





그녀가 떠났던 이야기이자, 그녀를 돌아오게 한 이야기. 꿈이 있는 인간은 늙지 않는다고 했던가? 앞으로 다가올 나날을 기대하며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오늘은 지난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 있기에 유지되고 버틸 수 있음을 기억하자.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 밤하늘에 총총하게 박힌 별, 숨을 헐떡이며 오른 산, 끝도 없이 헤매다 도착한 낯선 곳, 언제든 생각날 것 같은 맛있는 음식, 마시고 난 후에도 한참이나 그 그윽한 향기가 몸에서 배어났던 차 한 잔, 낯선 이방인에게 선뜻 베푼 그곳 사람들의 따스한 친절... 이 모든 소박한 행복이 모여 완성한 몰랑몰랑한 추억 솜사탕은 언제는 달콤하게 일상에 녹아들어 행복을 채우고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할 원동력이 되어 준다. 그녀의 추억을 빌려 채운 나의 소박한 일상을 이젠 나의 추억으로 다시 한번 채워 넣고 싶다. 이왕이면 그녀와 같은 곳에서, 책에서 만난 풍경을 눈에 담으며 사랑하는 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행복한 상상을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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