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셀 - 죽음을 이기는 첫 이름
아즈라 라자 지음, 진영인 옮김, 남궁인 감수 / 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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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퍼스트 셀

글쓴이: 아즈라 라자

옮긴이: 진영인

감수: 남궁인

펴낸 곳: 윌북



참 안타까운 소식이 많은 요즘이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끄는데 공헌한 큰 별이 지고,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여성 희극인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삶이란 대체 무엇인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직 젊지만, 마냥 젊다고만은 할 수 없는 과도기적 나이에 돌입한 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예전처럼 자신 있게 내뱉지 못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하나둘 먼저 하늘에 터를 잡으러 떠나고,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쥐고 내던지는 듯한 남겨진 자의 고통에 몸부림쳤던 나날. 시간이 약이라고는 하지만,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는 아픔은 언제나 참 낯설고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번에 만난 책 『퍼스트 셀』의 저자 역시 이런 이별의 고통을 겪었다. 암이라는 질병에 평생을 바친 종양 전문의 아즈라 라자, 그녀는 암이라는 적에게 더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신약 혹은 새로운 치료법 개발? 아니, 그녀는 암이라는 병을 처음 키워내는 '퍼스트 셀'을 소멸시킬 방법에 집중한다.





오마르, 퍼, 레이디 N, 키티 C, JC, 앤드루, 하비. 저자인 아즈라 라자가 가슴 깊은 곳에 묻고 떠나보낸 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본다. 특히 하버는 2002년 5월에 떠나보낸 그녀의 남편이기에 이름만 봐도 괜스레 나까지 코끝이 찡해지는데... 그녀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보내야 했던 이 환자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아 각자의 사연과 암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달한다. 살고자 하는 의지로 온갖 치료와 신약에 희망을 걸지만, 참 지독하고 무서운 병이라 인간의 몸을 갉아 먹고 끝내 생명을 앗아가는 암. 그런 암의 성질을 띠게 된 세포를 개시 단계에서 찾아내 박멸하는 것을 목표로 35년간 연구를 이어온 그녀의 의지가 문장 곳곳에 서려 있다. 약 45번의 분열을 거쳐 '노화' 혹은 '자살'이라는 두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는 인간의 세포. 암 환자에게 유일한 전쟁은 자신의 신체 기관과 치르는 것이며 본인이 전쟁터가 되는 것이기에 그들의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고통스럽게 생명을 2개월 연장하는 신약 개발이 아니라, 암의 기원을 찾는 데 더 많은 연구비를 쓰자고!










에세이와 의학 전문 지식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이 책은 좀 어려운 편이다. 의학 전공이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쓴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지만, 암 연구와 치료라는 세계는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저자가 온 마음을 다해 암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미래를 간절히 바라며 믿고 있다는 점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리고 싶었던 이들을 추억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실에서 첫 번째 암 세포인 퍼스트 셀을 찾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을 그녀.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자신이 맡은 이들에게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퍼스트 셀'을 찾아 인간이 암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순간은 반드시 온다! 그 연구의 중심에 선 아즈라 라자 박사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며, 더는 암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게 될 그 벅찬 순간을 기쁜 마음으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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