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분은 카레 - 평범한 듯 특별한
노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오늘의 기분은 카레

글, 그림: 노래

펴낸 곳: 위즈덤하우스



타닥타닥, 경쾌하게 도마를 울리는 소리가 나면 이내 큼지막하게 썰린 감자, 당근과 양파가 그릇에 소복하게 쌓인다.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지글지글 육즙이 배어 나오도록 고기를 볶고 감자와 당근 그리고 양파를 차례로 넣은 후 볶는다. 촤아악 소리를 내며 채소에 있던 물기가 증발하고 달짝지근하게 익으면 물을 붓고 잠시 보글보글. 때가 됐다 싶으면 미리 따뜻한 물에 걸쭉하게 풀어두었던 카레 분말을 싹싹 털어 넣고 꾸덕해진 국물을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저으며 조금 더 끓이면 카레 완성! 이것은 그 옛날 엄마가 만들어주시던 클래식 카레. 오뚜기 카레 매운맛으로 끓여낸 단순한 카레지만, 어느 날 문득 생각나고 먹고 싶어지는 마성의 음식이다. 어른이 될 때까지 내게 유일한 카레였던 그 한 그릇이 지금 이 순간 미치도록 먹고 싶어 입에 침이 고인다. 이 야심한 밤, 갑자기 웬 카레 타령이냐고? 이게 다 이 책 때문이다! 카레와 사랑에 빠진 작가의 카레로 시작해서 카레로 끝나는 에세이 『오늘의 기분은 카레』. 당신의 기분은 오늘 어떤 카레인가요?





2016년 여름, 카레의 매력에 빠진 뒤로 매년 300번 가까이 카레를 먹는다는 노래 작가. 30번이 아니라 300번이다! 이렇게 카레를 좋아할 수가 있다니! 역시 뭐든 좋아하는 마음으로 자주 접하고 연구하다 보면 전문가가 되는 법. 노래 작가는 그렇게 카레 전문가가 되었다. 카레에 관한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카레 굿즈를 만들어 팔고, 카레 여행을 떠난다는 노래 작가에게 카레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소울메이트다. 그날의 기분과 어울리는 카레를 연결하여 풀어내는 이야기가 제법 흥미롭다. 작가가 좋아하는 단골집 카레 메뉴를 글로 느끼며 머릿속으로 한참을 상상하다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사진을 발견하는 순간 눈앞에서 폭죽이 팡팡. '우와, 대박!' 감탄사를 연발하며 침을 꿀꺽 삼켜보는 짧은 순간에 소박한 행복에 가슴이 따스해진다. 그리고 그저 책을 읽는 것만으로 나까지 카레에 관한 사랑과 집착이 한층 짙어지는 기현상을 경험했다.










내 인생에 대한 마지막 예의로 저녁 6시 이후에 금식하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건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인생에 대한 마지막 예의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당장 카레를 끓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 더 정확히는 카레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 가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카레라이스를 한입 가득 넣고 음미하고 싶다. 나 지금 배고픈가? 아닌데... 나는 분명 카레가 먹고 싶다. 그리고 이건 전부 이 책 때문이다. 천천히 마음을 채우고, '꼭'을 꼭 붙이고, 쓸쓸함을 마주하고, 씩씩하게 받아들이고, 외로움을 이겨내고, 평범하고 지날수록 소중하며, 마음을 잇고, 다툴 때마다 잔잔해지며, 정다운 쓸모가 되고, 미칠듯한 너의 하루는? 정답은 카레! 카레로 시작해서 카레로 끝나는 『오늘의 기분은 카레』. 책에 대한 나의 감상도 기승전 카레로 마무리! 아, 먹고 싶다. 지금 당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