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 모든 영어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마크 포사이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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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

지은이: 마크 포사이스

옮긴이: 홍한결

펴낸 곳: 윌북



영어 단어는 어렵다. 하지만 평생 써먹을 수 있게 제대로 외우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대로 외워야 할까? 연구진이 치밀한 분석을 통해 만든 여러 단어책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어두와 어미를 기준으로 비슷한 형제 단어를 외우며 단어량을 확장하는 방식인데, 실은 이것도 직접 해본 결과 상당히 효과적이기는 했으나 곧 한계에 도달했다. 그럼 생각을 조금 달리해서 접근해보자.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수한 단어는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든 걸까? 모든 단어는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 사연, 즉 어원을 파헤치며 단어를 알아가면 흥미로운 역사와 함께 여러 단어를 연상 기법으로 떠올리게 된다. 이번에 만난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은 더 건강한 영어 지식의 축적을 위해 튼튼한 뿌리가 되어줄 알찬 책이었다.





잘못(?) 질문했다가는 몇 시간이고 붙잡혀 단어의 어원에 대해 듣게 될 테니 조심하시라! 무슨 얘기인고 하니, 이 책의 저자 마크 포사이스는 영어와 지독한 사랑에 빠진 인물이라 단어에 관해서라면 할 얘기가 쌓이고 쌓였다. 어린 시절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선물 받은 후 줄기차게 단어 외길을 걸어온 저자는 그 대단한 지식을 책으로 펴내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일단 잘못 걸리면 넋 나간 채로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 조심해야겠구나 싶었는데, 이런. 결국 잘못 걸렸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이미 저자의 화려한 글 솜씨에 발목이 잡힌다. 마치 음성 지원까지 되는 인공지능 시스템처럼 옆에서 누군가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듯한 착각까지! 근데 이거 읽다 보니 재밌어서 자꾸 조금만 더 읽어 볼 생각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자주 즐겨먹는 초록색 열매 아보카도가 실은 아즈텍족이 고환이라 불렀던 단어에서 유래했다니... 마침 아보카도를 먹고 있던 나는 어쩐지 찝찝한 마음에 입을 헹궈야 했다. 'black'이란 단어가 처음부터 검은색은 아니었다? 게르만어로 '불에 탄'이란 뜻인 이 단어는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이 하얗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까맣기도 하여 '창백하다'와 '어둡다'라는 뜻으로 혼용되다가 차츰 후자의 뜻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애주가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술의 역사'도 흥미로웠고 대담하게 쓴 '성격 속 오류' 부분도 신선했던 이야기보따리!










재미있어서 꽤 오랜 시간 붙들고 있었던 책이지만, 진도는 더디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작가가 입을 열면, 아니 글을 쓰면 이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모른다. '마치 여백이 뭔가요? 그게 필요해요?'라며 페이지를 다 채워버리겠다는 열정으로 쏟아내는 단어의 사연들. 친절을 넘어서 편집증 수준의 치밀하고 장황한 단어 대서사극이 펼쳐지니, 정신 건강을 위해서 하루에 읽을 양을 쪼개 천천히 읽거나 생각날 때 한 꼭지씩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나처럼 영어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겐 필독서가 아닐까 싶은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 단어의 어원을 훑어가다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단점에 키득거리며 단어에 숨은 사연을 엿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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