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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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글쓴이: 그리어 헨드릭스 & 세라 페카넨

옮긴이: 이영아

펴낸 곳: 인플루엔셜





어른들은 종종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람을 너무 쉽게 믿지 마라'. 근데 이게 이성으로는 이해하지만, 감성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나한테 잘해주고 다정한 사람을 어찌 안 믿겠는가! 뾰족하게 의심의 촉을 곤두세우다가 정말 좋은 사람을 놓치게 되면 또 어쩔 건데?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본 결과 어른들 말씀 틀린 게 하나 없다. 우리 정말 사람을 너무 쉽게 믿진 말자. 이번에 만난 스릴러 소설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의 주인공 셰이도 비록 대가는 컸지만 이 교훈을 톡톡히 새겼을 거다. 외롭고 힘든 시기에 셰이의 인생에 나타난 구세주 같은 여인들. 하지만 그 친절한 가면 뒤에 숨겨진 음흉한 속내가 셰이의 목숨마저 위협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뚝배기처럼 은근하게 달아오르는 이 소설은 독자를 잠시도 놓아주지 않는다.




뉴욕에 사는 31세 시장조사원 셰이. 승진을 기대했던 직장 상사와의 면담에서는 해고 통보, 오랜만에 좋아하게 된 남자에겐 애인이 생기고, 가족과 친구 어느 하나 의지할 곳이 없는 그녀는 지독하게 외롭다. 각종 통계 데이터 수집이 취미인 셰이는 여러 가지 상황을 수치로 정리하거나 앞날에 대해 걱정하거나 떨칠 수 없는 고독에 괴로워하는 게 전부인 안타까운 청춘이다. 그런 셰이의 눈앞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순간 선로에 몸을 던진 한 여자. 뛰어내리기 직전 셰이와 마주쳤던 그녀의 두 눈은 텅 비어 있었다. 자살 장면을 목격한 셰이는 그 후로 내내 괴로움에 시달린다. 지하철 근처에도 못 가는 건 물론 죽은 여자의 생각을 떨쳐낼 수 없는데, 경찰에게 전해 들은 '어맨다'라는 이름으로 죽은 여자의 집 앞에 꽃을 놓아주러 갔던 셰이는 곧 그녀의 추도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보게 된다. 실은 이것조차 덫이었지만,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셰이는 추도식에 참석하여 커샌드라와 제인이라는 멋진 자매를 만난다. 그 후로 이상하게 자주 마주치게 된 그녀들. 자매는 셰이의 직장, 집, 연애 문제를 해결해주며 그녀의 삶 깊은 곳까지 침투한다. 늘 외로웠던 셰이는 자매가 놓은 올가미에 서서히 조여드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한없이 빠져드는데...








지하철 선로에 몸을 던진 여자, 그리고 공원에서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 남자. 셰이와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았던 이 두 사건이 셰이의 숨통을 쥐고 뒤흔든다. 내 편이자 은인이라고 믿었던 커샌드라와 제인 자매가 치밀하게 깔아놓은 판에서 놀아나던 셰이는 숫자에 관한 탁월한 감각을 살려 모든 진실을 눈치채고 경찰에 도움을 청한다.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은근히 뜨거워진 물에 삶아져 죽을 줄 알았지만, 냄비 밖으로 튀어나와 목숨을 구한 셰이. 자매가 셰이를 궁지에 몰아넣은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 치밀하고 계획적이라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소름! 역시 이유 없는 친절은 없는 법인가 보다. 소설 중반부를 넘어설 때까지 독자에게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 이 소설은 후반부에 이르러 폭풍처럼 진실을 드러내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두 작가가 합작한 소설이라 그런지 플롯이 상당히 탄탄한 작품. 아직 여름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는 초가을, 이 책 덕분에 가슴이 서늘했다. 자, 우리 다시 한번 다짐하자. 절대 누구도 쉽게 믿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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