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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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차별 살인법

지은이: 저우둥

옮긴이: 이연희

펴낸 곳: 블루홀6



사회를 증오하여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칼을 휘두르는 무차별 살인. 먼 나라 미국이나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정신 차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범죄가 벌어지고 있었다. 강남역 살인 사건, PC방 살인 사건 등 허망하고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넋을 어찌 위로할 수 있겠는가. 검거된 범인들은 하나 같이 불우한 어린 시절과 사회에서 낙오된 고통을 호소하며 자신은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뻔한 카드를 들이민다. 어떤 이유로도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 굵직한 추리 소설을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블루홀 6 출판사의 신간 『무차별 살인법』은 대만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무차별 살인을 벌이는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며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한다. 범인과 피해자의 유족, 검사 측과 변호인 측, 사회적 분위기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각자의 입장과 주장을 첨예하게 다룬 소설이기에 생각할 거리가 상당한 이 소설, 역시 범상치 않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가 오락실 화장실에서 무자비하게 살해당한다. 두 눈을 부릅뜬 채, 날카로운 흉기로 너덜너덜하게 잘린 목구멍. 그 작은 몸에서 왈칵 쏟아져나온 피가 벽과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처참한 모습이었다. 대체 누가 왜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을까? 범인은 의외로 싱겁게 잡힌다. 검은 외투 차림에 안경을 쓴 뚱뚱한 남자. 변변한 직장도 없이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는 30세 천원칭은 생활고를 비관하며 평생 공짜 밥을 먹고 싶어 감옥에 가려고 아이를 죽였다고 자백한다. '착하고 말을 잘 듣고 살인 같은 건 저지를 리 없다.'라는 부친의 말과 달리 냉소까지 날리며 횡설수설 떠들어대는 천원칭을 보며 책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런 인간에게 과연 양심이란 게 있을까? 이 사건을 맡은 다이화라는 수사관의 시점에서 위윈즈라는 변호사의 시점으로 옮겨간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약혼녀를 무차별 살인으로 잃은 아픔을 지닌 위윈즈는 뜻밖의 인물에게 천원칭의 변호를 맡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오랜 고민 끝에 수락한다. 돈과 명예를 위하여? 아니.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곁에서 지켜보며 원인을 밝혀 이런 범죄를 뿌리 뽑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이제 위윈즈는 천원칭을 만나 무차별 살인을 벌인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그 사람들의 진짜 범죄 동기가 뭔지 정확히 알고 싶지 않으세요?" - p97




불우한 환경과 안타까운 처지가 과연 범행 동기가 될 수 있을까? 대만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이 하는 말은 국적을 떠나 하나같이 비슷하다. 위윈즈의 약혼녀를 살해한 주젠쯩, 5학년 남자아이를 살해한 천원칭,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며 총을 난사한 뤼야난. 무책임하게 삶을 내팽개치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들의 모습에 환멸을 느꼈다. 피해자의 인생만큼이나 범죄자의 인생도 소중하다. 아니, 다시 말하자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제발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은 단순히 무차별 살인 사건을 다룬 책이 아니다. 무차별 살인 사건 뒤에 숨은 어두운 조직. 정말 발칙한 상상이지만, 코로나 19가 창궐한 이 말도 안 되는 세상에서 어쩌면 너무나 사실적인 이야기. 역시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고 했던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였다. 다이화의 위윈즈의 관계. 위윈즈와 비서 샤야란의 관계. 샤야란이 품은 비밀. 천원칭의 지난 과거. 소설 곳곳에 깔린 흥미로운 퍼즐이 하나로 맞춰지는 순간 비로소 탄식하게 되는 작품 『무차별 살인법』. 역시 블루홀 6 출판사의 책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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