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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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지은이: 김솔

펴낸 곳: 아르테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묵직함이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봄날 개나리 빛 노란 배경에 살포시 놓인 토끼 인형이 사뭇 낯설다. 김솔 작가의 짧은 소설. 단편 모음집이란 뜻일까? 책장을 열어보니 이건 여느 단편집과 굉장히 다르다. 짧게는 한 장, 길어도 고작 몇 장인 짧아도 너무 짧은 이야기들. 1부와 2부로 나뉜 이 책엔 총 40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역사, 과학, 윤리, 종교, 철학, 신화 등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는 김솔 작가는 자신이 품고 있는 그 다양한 상식을 팬 위에 버터처럼 지글지글 녹여 맛있는 토스트를 구워낸다. 한 입, 두 입 냠냠 먹다 보면 어느새 만족스러운 포만감에 배를 두드리게 되는 소설. 짧지만 강렬하고 참으로 알차다.

 

 

 

 

 

 생신을 맞은 105살 할머니, 8년 16일 터울의 쌍둥이, 사람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코끼리, 딸의 연애 문제로 사이가 멀어진 부녀, 일생 최고의 평점을 매기게 될 음식과 만난 미슐랭 가이드 평가원, 사막에서 샌드 보드를 타러 이카로 향하다 카페에서 노인과 대화를 나눈 청년, 비행기 추락으로 탑승객 전원이 실종된 사고에서 기적처럼 재앙을 피한 사람들과 그들을 취재하는 언론, 한 장짜리 강렬한 소설 반야심경, 유품 정리인이 전하는 고독사 이야기, 성폭행 사건 용의자인 일란성 쌍둥이의 교묘한 작전, 아내에게 크리스마스 문자를 남기는 남자 등등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대체 김솔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프랑스어로 친구란 빵을 함께 나누어 먹는 사이라는 뜻이다.'

 '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꿈으로 빚어져 있다.'


 

 촌철살인 같은 뼈 있는 말을 날리기도 하고, 때론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었다가, 똑똑함이 뚝뚝 묻어나는 문장으로 명석함을 뽐내는 김솔 작가.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혹은 책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짧은 단편으로 탄탄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그런 면에서 김솔 작가의 글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고 전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며 무언가 곰곰이 생각할 여지를 준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사연을 접하고 이 책이 아니었다면 죽을 때까지 과연 만날 수나 있었을까 싶은 여러 인물의 삶을 엿본 시간. 스타카토처럼 통통 튀는 리듬 속에 바삐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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