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멀 피플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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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멀 피플

지은이: 샐리 루니

옮긴이: 김희용

펴낸 곳: 아르테

 

 

 

 동양이라면 깻잎 장아찌, 서양이라면 딱 안초비가 들어있을 것 같은 통조림 캔 속에 한 쌍의 청춘남녀가 부둥켜안고 누워 있다. 표지 디자인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작가 이력도 그에 못지않게 특별하다. 28세에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고 '제인 오스틴', '프랑수아즈 사강' 등등 쟁쟁한 작가들에 비유되며 극찬을 받았다는 아일랜드의 신인 작가 샐리 루니. 고작 두 번째 소설인 『노멀 피플』로 권위 있는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니 얼마나 대단한 작품일지 기대가 컸다. 읽고 난 소감은... 우와, 이 소설을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잔잔한 호수에 퐁당 떨어진 작은 돌이 일으킨 물보라가 이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소용돌이로 휘몰아치는 느낌. 한낮의 태양처럼 이글거리다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메리앤과 코넬의 인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한없이 답답하고 깊은 갈증을 느꼈다.

 

 

 

 공부 잘하는 부잣집 딸이지만, 친구가 없어 늘 외로운 메리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 채 엄마와 둘이 살아가지만, 공부와 축구에 능하고 인기도 많은 코넬. 메리앤네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엄마를 모시러 종종 그 집에 드나들던 코넬은 어느 날 메리앤의 고백을 받게 된다. '있잖아, 나는 네가 좋아'. 그 한 마디로 시작된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는 키스로, 애무로, 그리고 섹스로 이어진다. 학교에서는 전혀 모르는 타인처럼 행동하지만, 둘만 있는 공간에서는 서로를 깊이 탐닉하는 두 사람. 하지만 대체 이 관계는 뭘까? 몸은 섞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닌. 메리앤이 못된 양아치에게 추행당하고 가슴이 무너져 내린 날, 코넬은 자기도 모르고 사랑한다는 고백을 내뱉는다. 이 달콤한 고백이 메리앤에게는 가슴 벅찬 감동과 삶의 시작을, 코넬에게는 불안과 혼란을 불러일으키며 관계에 금이 간다. 약간의 공백을 거쳐 대학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이번엔 상황이 정반대다. 학창 시절 늘 외톨이었던 메리앤은 매력적인 인기녀가 되었고, 시골 티를 벗지 못한 코넬은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내 서로에게 파고들고 또 그렇게 친구인지 연인인지 모를 관계를 끌다가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사소한 오해로 또 헤어지게 된다. 아니, 애초에 사귄 적이 없으니 헤어진다고 말할 수도 없겠지. 종잡을 수 없는 그들의 관계는 어디로 흘러갈까?

 

 

 

 

 이 소설은 어찌 보면 많은 이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고구마 같은 소설이다. 메리앤과 코넬이 대체 뭘 하는 건지, 서로 좋아하는데 왜 자꾸 엇나가는지, 왜 자신을 아끼지 않고 고통을 자처하는지 두 사람보다 한참 인생 선배인 나는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관계가 실제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두 사람의 감정선에 집중하며 읽다 보니 어느새 푹 빠져 읽고 있더라는... 세밀한 감정선과 자신의 마음을 몰라 당황하고 괴로워하는 덜 여문 청춘의 성장통을 상당히 관능적으로 담아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20대의 우리 역시 지금은 콧방귀 뀌고 넘길 가벼운 문제로 수많은 밤 괴로워했던 아픈 추억이 있을 터. 그렇기에 이 책 『노멀 피플』은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결국엔 이해할 수밖에 없는 과거의 우리를, 흔들리는 청춘을 소환한다. 많이 아프고, 또 많이 행복했던 그 시절. 이 소설 역시 행복하면서도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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