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지은이: 미깡
펴낸 곳: 세미콜론
세미콜론 출판사에서 흥미로운 시리즈를 출간했다! 인생의 모든 '띵'하는 순간, 식탁 위에서 만나는 나만의 작은 세상. 일면 '띵' 시리즈!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아무튼 시리즈와 비슷한 판형으로 어디든지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고 싶은 순간 쓱 꺼내 읽기 안성맞춤인 책이다. '띵'시리즈는 주제가 확실하다. 먹는 것에 집중! 1권, 이다혜 작가의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과 2권, <술꾼 도시 처녀들>로 유명한 미깡 작가의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을 시작으로 우리가 군침을 흘릴만한 다양한 음식과 글 좀 쓰시는 작가들의 화려한 라인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니 무료한 인생에 혜성처럼 날아든 이 시리즈를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띵' 시리즈는 인생의 힐링 포인트이자, 가뭄 끝에 목마름을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 같은 존재다. 이 시리즈 정말 너무 마음에 듦!!
나 역시 한때 술을 참 좋아해서 내가 술을 마시는 건지 술이 나를 마시는 건지 구분하지 못하고 주야장천 술잔을 기울인 나날이 있었다. 구두 한 짝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다음날 찾아온 지독한 숙취에 포복하듯 엉금엉금 기어 화장실을 오가며 '내가 다시는 술을 이렇게 마시나 봐라'며 헛된 다짐을 했던 그때. 그래, 그땐 참 젊었다. 세월이 흘러 조금은 철이 든 지금, 내 주량은 맥주 2캔이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건만, 이런! 이번에 강적을 만났다. '평소 성실하고 철저한 과음으로 최적의 숙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미깡 작가! 그녀의 음주 생활과 해장은 거의 예술적 경지에 이르러 마치 누군가의 인생을 담은 찬란한 다큐멘터리를 관람하는 기분이다. 어쩜 이렇게 술을 좋아하고 어쩜 이렇게 해장도 잘하는지! 미깡 작가 당신을 진정한 주당으로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책의 주제인 해장 음식 이야기를 해보자. 해장의 기본 요소는 뭐? 바로 '잠, 물, 똥!' 누군가는 더럽다고 눈살을 찌푸리겠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사실인데! 숙취에 좋은 음료는 무엇? 오렌지 주스, 미숫가루, 이온 음료. 하지만 역시 최강은 갈아 만든 배! 아직 제대로 된 평양냉면과 양평 해장국을 맛보지 못했지만 미깡 작가가 펼치는 자세한 묘사에 입에 금세 침이 고인다. 한국도 모자라 세계 곳곳의 해장 음식을 한 바퀴 둘러보고 오면 매운 음식과 만두 이야기가 이어진다. 해장술은 술을 깨게 해주고 숙취를 해소한다? 노노! 그건 그냥 딱 한 잔 더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지어낸 말일뿐. '최악의 해장 음식을 대령하거라' 편에서는 미운 사람 골탕 먹이는 방법이 등장해서 배꼽 잡고 웃었다. 상수도 밸브를 잠근 후 단수라고 속이고 숙취에 골골거리는 미운 놈에게 목 막힐 음식들을 해장이라며 합법적으로(?) 먹이는 방법들. 미깡 작가는 정말 사악하다, 사악해. 뿔 달린 귀여운 악마! 베트남 쌀국수는 해장용이 아니라 식사용으로 종종 사 먹곤 했는데, 그러고 보니 한참 못 먹은 듯. 해장 음식 이야기지만 어쩜 이리 맛깔나게 표현했는지 등장하는 음식마다 입맛이 당기고 배가 출출해진다. 우리가 몰랐던 해장의 세계를 활짝 열어준 미깡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며, 부디 이 재밌는 책이 널리널리 사랑받기를! 역시 떡잎부터 남다른 띵 시리즈. 이 정도면 대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