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 이도우 산문집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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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지은이: 이도우

펴낸 곳: 위즈덤하우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과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이도우 작가의 첫 산문집! 감성 넘치는 문체와 세심함, 사려 깊은 시선이 돋보이는 작가이기에 언제나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세상에 산문집이라니! 요즘 소설 전문작가와 시인이 하나둘 산문집을 출간하는 덕분에 읽을거리가 풍성해져 독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고 잔잔한 힐링을 선사하는 산문집, 에세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순식간에 외로워진 우리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아닐지. 이도우 작가의 산문집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는 계절과 상관없이 꽁꽁 언 채 아쉽게 봄을 흘려보내는 우리에게 따스함을 선사하는 고마운 선물이다.

 

 

 

 

 언젠가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밤은 감성이 소용돌이치는 순간이라 분위기에 취해 글을 써놓고 해가 뜬 후 읽으면 얼굴을 붉히게 된다고. 그래서 밤에 쓴 글은 꼭 낮에 수정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 책을 여는 작가의 말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밤에 쓴 글에서는 촛불 냄새가 난다. 어둠과 불빛은 예상보다 더 감정을 건드려서 햇살 환한 낮에 다시 읽으면 부끄럽고 외면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느 날 그게 무슨 상관일까 싶었다. 밤에 쓴 글은 다음 날 밤에 읽으면 되는 것을 (p6)' 그래, 맞는 말이다. 밤에 쓴 글을 밤에 읽으면 될 것을 뭘 그리 고민하는가! 하지만 이도우 작가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 산문집에 담긴 글은 밤에 읽어도 낮에 읽어도 참 좋다. 그러니까 이건 어쩌면 반칙!

 

 

 

 

 살다 보면 인간관계라는 게 아무리 끙끙 고민해도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처럼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도우 작가 역시 관계와 소통 그리고 쓸쓸함에 관해 논한다.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품고 사는 구나하며 괜스레 아팠던 내 마음을 한번 쓰담쓰담. 정든 대상을 혼자서 보고 느끼기엔 아쉬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 소설을 쓰는 것 같다는 수줍은 고백엔 나 역시 주변을 잘 관찰하며 따스하고 뭉클한 순간을 글로 담아내고 싶다고 소망해본다. 애지중지 기르던 셰퍼드를 도둑맞고 우셨다는 아버지의 사연에서는 오래도록 키웠던 개를 피난길에 잃어버리고 몇 날 며칠을 울었다는 우리 할머니가 떠오르고 이도우 작가가 기억 한편에서 꺼내 들려주는 영화, 책, 추억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내 추억을 사부작사부작 뒤적이며 그 시절 그때를 떠올리게 하여 가슴이 뭉클했다.

 

 

 

 

 말과 글이라는 건 신기한 존재다. 고작 세 치짜리 혀로 누군가의 가슴을 그어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감성 돋는 밤에 혹은 눈부신 낮에 타닥타닥 쳐낸 글로 누군가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상처를 보듬어준다. 100세 시대라는 요즘이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이기에 이왕이면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을 담은 글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응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막을 헤매는 어린 왕자처럼 진정한 우정과 사랑에 늘 목마른 우리에게 이도우 작가가 전하는 진심은 꿀맛 같은 오아시스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짧은 나뭇잎 소설도 꽤 재밌으니 꼭 챙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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