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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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슈퍼버그

지은이: 맷 매카시

옮긴이: 김미정

펴낸 곳: 흐름출판

 

 

 

 

'슈퍼버그는 196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고, 1990년대까지도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사들의 잘못된 항생제 처방과 함께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상업적 농업이 박테리아들에게 우리의 소중한 약품들을 노출시켰고, 그 결과 박테리아들은 그 약효를 무력화시키는 법을 알아냈다. 이제 슈퍼버그는 퀸스 지역의 유탄에도 숨어 있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치명적인 감염의 주요인인 슈퍼버그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 p11~12

 

 

 

 프롤로그에 담긴 이 몇 줄의 문장이 마치 영화 시작 전 까만 화면에 점점이 박히는 문구처럼 눈앞에 두둥실 떠올랐다. 타닥타닥 타자기 치는 소리와 함께 '이 이야기는 실화다'라며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라고 건네는 친절한 경고장처럼... 항생제 오남용 때문에 탄생한 괴물 같은 존재, 슈퍼버그. 배가 아파 병원에 가면 염증이 있다고 무심히 처방해주는 항생제. 그 약을 먹고 여러 번 기절한 듯 잠들곤 했다. 과연 이 약들을 제대로 처방한 건지, 마음대로 중단하면 내성이 생긴다는데 이 많은 약을 다 먹어야 하는지 고민했던 날들. 코로나19가 창궐하여 온 국민이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요즘, 때맞춰 출간된 흐름출판의 『슈퍼버그』. 공기 안 좋은 날에나 끼는 줄 알았던 마스크가 생존 수단이 된 지금, 띠지에 실린 마스크 쓴 여인의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 슈퍼버그.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코로나19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다는 이 무시무시한 존재는 인간의 무지와 자만이 초래한 재앙이다. 결국, 그 책임도 인간이 져야 하는 법. 감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슈퍼버그를 물리칠 항생제 개발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다만 오랜 연구 기간과 투자비 회수의 어려움 등 현실적 난관으로 인해 개발이 쉽지 않다는데, 이 책 『슈퍼버그』는 저명한 의학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맷 매카시가 '달바반신'이라는 새 항생제를 임상시험한 과정을 담은 책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 유대인을 상대로 비인간적인 실험을 한 나치 의사들, 매독에 걸린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나 공지도 없이 그들이 죽는 날까지 40여 년을 관찰한 터스키기 생체 실험 등 항생제와 그에 얽힌 역사적 사건들이 담겨 있어 상당히 흥미롭다.

 

 

 

 

 처음엔 그저 재미로 수록해놓았나 했던 이야기들이 맷 매카시의 '달바반신' 임상시험이 진행될수록 묘하게 맞물리며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약의 부작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그러니 왜 신경 써야 하는지 그리고 임상시험의 원칙과 규칙들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앞서 등장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쥐여준다. 답을 알려주기 전에 독자가 스스로 깨닫고 이해하게 되는 서술 방식. 과학책, 그것도 바이러스도 아닌 박테리아와 항생제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책장을 넘길수록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피실험자를 그저 실험 대상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려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묻어나는 깊은 연민과 인정에 뭉클하기까지 했던 시간. 친숙하지 않은 분야이기에 어려운 이야기도 종종 등장했지만, 이 정도면 누구나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해준 책이 아닐까 싶다. 변이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발생하는 바이러스와 슈퍼버그에 대항하는 인간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된다. 그렇기에 아직 희망이 있고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는 또 하루를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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