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의 시방상담소 - 뭣 같은 세상, 대신 욕해드립니다
김수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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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수미의 시방상담소

지은이: 김수미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사실 처음부터 그녀가 좋았던 건 아니다. 매서운 눈빛, 입만 열면 따발총처럼 쏟아져나오는 욕설, 절대 평범하지 않은 외모, 어린 시절 들었던 일용 엄니의 특이한 목소리... 하지만, 내가 이토록 그녀를 좋아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미 다들 눈치챘겠지만, 그렇다. 그녀는 바로 여배우 김수미 씨! 조폭에게도 뒤지지 않는 포스와 거친 입담에 움찔했다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음식 솜씨와 무심한 듯 툭 던지는 설익은 애정 표현에 졸았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 김수미 씨 정말 좋아하는데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하려나!

 

 

 

 이 책 『김수미의 시방상담소』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시방 상담소>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고민 상담자에게 쌍욕으로 응답했던 김수미 씨의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다. 나이마다 그에 걸맞은 고민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어린아이부터 중년까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때론 철없고 때론 너무 어른스러워서 겪는 다양한 고민에 불에는 불, 물에는 물로 응수하는 그녀, 김수미 씨! 심지어 책에 인쇄된 저자 사인도 욕이다. 잘 먹고 잘사는 건 좋은데 '잘 되져라, 시방새들아'는 뭐람? 졸지에 시방새된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3초쯤 멍하게 있다가 배꼽 잡고 웃었더랬다.

 

 

 

 

 

 

 

 여행 가고 싶었는데 회사가 망해서 오갈 곳 없는 백수 신세가 됐다는 고민에는 일단 여행을 가라는 시원한 대답을 집에서 잔돈을 슬쩍하다가 편의점에서 사탕을 훔쳤다는 고민에서는 얼른 가서 계산하고 털어버리라는 따끔한 충고를, 군것질이 좋아 못 끊겠다는 고민에는 당뇨의 무서움을 실감 나게 전달하는 그녀. 내 눈앞에서 속사포처럼 욕을 해대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싶지만, 이상하다. 욕먹고 이렇게 속 시원하고 기분 좋기는 또 처음인 듯.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애정과 진심이 담긴 '센 말'인 걸 알기에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더불어 내가 지닌 비슷한 고민이 등장하면 반갑고, 세상 사람들 다 이렇게 고민하며 사는구나 생각하며 위안도 됐던 시간. 예고도 없이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콕하는 요즘, 한창 우울했던 기분을 가뿐히 날려버리게 해준 책이다. 긍정 에너지가 필요하신 분, 고민이 많아 고민인 분, 배꼽 잡을 재밌는 책이 간절한 분,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국민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진짜 재밌는데 뭐라고 더 표현할 길이 없네요. 우리 욕 한 사발 같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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