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전 -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하여
김버금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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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의 사전

지은이: 김버금

펴낸 곳: 수오서재

 

 우리에겐 두 개의 새벽이 존재한다. 하루를 넘겨 자야 할 시간이지만, 미처 잠들지 못한 채 피곤하여 묵직한 새벽. 나도 모르게 기절하듯 쓰러졌다가 평소와 달리 일찍 눈 뜨는 새벽. 예전엔 하루를 훌쩍 넘긴 자정의 새벽을 좋아했지만 한 해, 두 해 멋대로 차곡차곡 쌓이는 나이에 취향마저 변하나 보다. 이젠 어슴푸레 아침과 맞닿은 새벽을 더 좋아하는 걸 보면 말이다. 싱그러운 배꽃 향이 나는 그 새벽, 김버금 작가의 책을 만났다. 브런치북 6회 대상 수상작 『당신의 사전』. 표지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신비로우면서도 어딘지 참 애틋하다. 조금 외롭기도. 이 책에서 또 어떤 소중한 기억의 조각을 만나게 될까...

 

 

 

 

 

 

 

 

쓸쓸하다

모두가 잠든 어스름한 자정 무렵, 일기를 쓰곤 했던 엄마.

부엌의 어둑한 등 아래서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써 내려갔던 그 일기를 어느 날, 몰래 훔쳐보게 된다.

하지만 호기심에 펼친 노트를 화들짝 놀라 덮어버리고 마는데...

자꾸만 가슴이 쿵쿵... 엄마의 일기에 담겨 있던 진한 외로움...

엄마가 그렇게 외로운지 딸은 정말 몰랐다.

 

 

'나에게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옷에 김칫국물을 묻히고 가도 반겨주는 친구.

마른 손에서 고무장갑 냄새가 나도 흉을 보지 않는 친구.

아무 때고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더분한 친구.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p42

 

 

 

 

 

 

 

 

 이런! 글이 너무 담백하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진중하며 꾸밈없이 솔직하다. 게다가,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단단한 알맹이가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제법 등장하는 부모님 얘기가 특히 울컥하는데, 눈물을 짜내려 쓴 글이 아니건만 자꾸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눈물이 마음마저 씻어낸 듯 뾰족했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뽀얗고 보들보들한 나만 남았다. 사람을 착하지게 하는 글이랄까? 손으로 슬쩍 훔쳐낸 눈물이 책장에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촉촉하게 스며든 그 한 방울에 이내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눈물 자국. 그렇게 난 감성 넘치는 새벽에 김버금 작가의 소중한 추억과 진심을 가슴 깊이 머금었다. 에필로그를 지나 책을 덮으려다 눈에 들어온 글귀. '도서출판 수오서재는 내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책을 펴냅니다.' 어쩜, 책에서 느낀 감성과 이리도 일치하는 글귀라니!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닐까 기분 좋은 설렘에 마음의 촛불이 반짝 켜졌다. 김버금 작가와 수오서재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 멀지 않은 날 우리가 다시 함께 채울 다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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