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공포의
천사
지은이: 에드거 월리스
옮긴이: 양원정
펴낸 곳: 도서출판 양파
킹콩의 원작자이자 다양한 직업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작품을 선보인 작가, 에드거
월리스. 고전 추리 소설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무방할 그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해주시는 양파 출판사 덕분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권씩
만나고 있다. 샛노란 표지로 봄의 향기를 물씬 품으며 지난 5월에 출간된 『수선화 살인사건』에 이어 이번엔 취향 저격 핑크로 늦여름을 장식한
『공포의 천사』. <트위스트 캔들>, <네 명의 의인>, <수선화 살인사건>, <공포의 천사>까지 총
4권의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이 출간된 가운데 과연 그 끝은 몇 권일지 기대가 크다. 지난 책 <수선화 살인사건>에서 갑자기
판형이 바뀌어 책 높이가 달라지는 바람에 상당히 당황했지만, 이번 신간 <공포의 천사>와 나란히 놓고 보니 확실히 바뀐 판형과
디자인이 세련되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 시리즈는 꼭 다 모을 생각!
<공포의 천사>라... 제목에 참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천사 같은
미모로 사람을 홀리는 진은 자신의 약혼자 제임스에게 살인죄 누명을 뒤집어씌우고 재산을 차지하려 한다. 사형을 선고받고 졸지에 죽을 위기에 처한
제임스. 그의 절친이자 변호사인 잭이 친구를 구하고자 나선다. 아버지의 유언으로 인해 30살까지 결혼 못 하면 전 재산이 진에게 돌아갈 위기에
처한 제임스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잭은 리디아를 찾아가 매달 상당한 액수의 돈을 지급하겠다며 제임스와의 결혼을 제안한다. 아버지를 여의고 빚까지
물려받아 지쳐가던 리디아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여 제임스와 결혼!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려나 상상하던 찰나에... 어라?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제임스. 대체 범인은 누굴까? 여기까지는 누구나 금세 추리해낼 수 있을지도! 자신이 차지할 재산이 리디아에게 돌아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진은 아버지와 함께 머리를 굴려 온갖 유치한 방식을 동원하며 리디아를 해치려 한다. 한데, 이 리디아란 아가씨는 대체 어떤
캐릭터인가? 순진하다 못해 멍청한 리디아는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위기를 겪고서도 아름답고 착한 진이 그럴 리 없다며 끝까지 믿는다. 확실한
증거가 아무리 없다고 해도 심증이라는 게 있는데 변호사 잭이 아무리 얘기해도 믿지 않는 리디아가 참 답답하다. 뭐, 드라마에서도 이런 캐릭터는
종종 등장하니 한없이 착하고 순진한 그 모습이 밉기보다는 보호 본능을 자극하긴 하지만... 뻔한 듯 흘러가던 소설에 반전과 재미를 가져온
캐릭터는 바로 재그스. 진의 경호를 맡은 이 늙은이의 활약과 정체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소설에 활기를 띠게 한다. 의외의 반전과 기대와는
사뭇 다른 결말로 즐거웠던 소설 『공포의 천사』. 이 맛에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을 계속 찾게 되는
듯!
미스터리 &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여 다양한 작품을 읽고 있지만, 고전 추리 소설에는 그
시대만이 뿜어낼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때론 작가들이 설명충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 많고 뜬금포를 날리며 예상 못 한 캐릭터를 범인으로
들이밀어 황당할 때도 있지만, 병맛 같은 그 재미가 상당히 중독적이다. 1875년에 태어나 1932년에 생을 마감한 에드거 월리스가 남긴 작품
역시 요즘 소설과는 참 많이 다르다. 단조로운 흐름 속에 고전 추리 소설의 풋풋함이 담겨 있달까? 하지만 독자가 안심하고 있을 때,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할 줄 아는 그이기에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늘 기대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인정과 정의가 살아 숨
쉬면서도 무조건 권선징악의 결말은 아닌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들. 부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다음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를! 착하고 예쁘게
생겼다고 속았다간 큰코다친다는 교훈과 더불어 고구마 100개 먹은 듯 답답하지만 착해서 미워할 수 없는 리디아, 재치 넘치는 재그스를 만나
즐거웠던 <공포의 천사>. 여름이 지나 어느덧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지만, 이 소설을 언제 읽어도 재밌으실 겁니다.
추천!